금융계 수장들, 한 목소리로 규제 불균형 해소 요구

경제일반 / 정민수 기자 / 2021-01-04 09:51:47
5대 금융그룹 회장들, 빅테크-은행 '규제 불균형' 지적하고 나섰다

배당은 위험 관리 외 시장기대와 주주환원도 고려해 결정 예정

올해 화두는 디지털화와 플랫폼 경쟁 지목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부터. 가나다 순) [출처=연합뉴스]

 

 

금융계 수장들이 모처럼 정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와 은행권 사이에 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금융권 신진세력의 공격적 경영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올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업)를 활용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화와 플랫폼 경쟁이 새해 금융권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배당 자제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배당정책은 자본 적정성뿐 아니라 시장 기대, 주주가치 제고를 포함해 종합적이고 다각도로 판단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기대보다는 더 많은 배당을 낼 것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들이다.

 

은행과 빅테크 기업간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해야

 

금융그룹 회장들은 금융당국에 빅테크와 금융권 간 규제 불균형 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간 은행권은 빅테크 등에 대한 당국의 일방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터뜨려왔다. 이에 금융위원회 중재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빅테크, 핀테크(금융기술), 금융업 공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꾸려, 지난달 규제 개선 방안을 첫 결과물로 내놨다.

 

 

▲ 시중 은행들

 

 

윤종규 회장은 "협의회를 통한 의견수렴 결과가 반영된 점은 긍정적이나, 일부 추가적인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예를 들어 '은행·카드사의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은행·카드사가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경우 투자자 보호가 우려된다고 했으나 펀드, ELS 등 투자상품 상담과 판매 경험이 있는 은행보다 오히려 금융상품 판매 경험이 없는 일반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투자 권유 리스크가 더 높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에 대해서도 빅테크 기업의 경우 금전에 가까운 포인트 제도를 운영 중인 점을 감안해 전자금융업자의 사실상 이자 지급 업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제공 한도 기준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도 "협의회는 금융사와 빅테크 간 상생을 위한 첫 시도로 큰 의의가 있지만 이번 방안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금융에 대한 빅테크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으나 부작용을 방지하고 기존 금융사와 건전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형평성 관련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손태승 회장 역시 "협의회 발표는 금융시장의 건전한 성장, 금융업과 빅테크 간 상생을 위한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금융시장의 건전한 성장 측면에서 경쟁의 공정성이 좀 더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병환 회장은 "이번 개선안으로 은행권-빅테크 간 규제 불균형이 전부 해소될 것이라 보기 힘들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라 판단된다"고 했고, 김정태 회장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빅테크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가 일부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통 금융계와 빅테크기업의 전쟁...'디지털 혁신· 플랫폼 경쟁' 치열

 

금융계 5대 수장들은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디지털화와 플랫폼 경쟁을 꼽았다.

 

활용 가능한 고객 정보가 확대되고, 고객이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아도 은행 수준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빅테크사와 치열한 디지털 혁신 경쟁을 벌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플랫폼 경쟁 본격화로 올해는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스몰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와의 치열한 고객 접점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미래를 위한 핵심 방향성으로 혁신·개방형 디지털 전환을 꼽으며 "이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화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는 흐름 속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고 금융소비자 눈높이 역시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으로 변화 중이어서 전통 금융기관의 변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빅테크의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진출을 통한 금융업 진출 확대로 디지털 혁신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디지털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전략 등 그룹 업무 전반을 과감히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금융 플랫폼 구축 등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무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종합금융 플랫폼 구축이 관건이며,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및 합작사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협의회 결과물 가운데 은행권의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에 가장 주목했다.

 

조용병 회장은 "음식 주문이나 쇼핑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 운영을 은행에 허용해 준 부분은 금융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이며, 신한금융도 실생활과 금융이 밀접하게 연결된 형태의 플랫폼 구축을 통해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손태승 회장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와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 형평성 제고에 주목한다""우리금융은 소비자에게 편리한 결제 수단과 다양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소상공인에게는 합리적인 플랫폼 수수료와 매출대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은 "KB는 은행의 본인 인증 업무 대행 가능 범위 확대,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에 주목한다""KB를 거래하는 고객이 별도 인증서 발급에 대한 번거로움 없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편리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태 회장은 "신용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업 허용을 주목한다""하나카드를 관계사 및 플랫폼사와의 협업 비즈니스를 통해 하나금융 종합 페이먼트사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소개했다.

 

손병환 회장은 "농협금융은 고객 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범농협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범농협 금융+경제 협업 콘텐츠 개발, 유통 상거래 데이터 활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 수장들은 배당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각사의 배당 정책과 관련해 당국이 강조하는 자본 적정성 유지 외에도 시장 기대, 주주환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금융권에 배당 성향을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으며, 작년 말 '금융권과 배당 성향을 15~25% 사이에서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5대 금융그룹은 작년 결산 실적이 확정되는 연초에 배당 성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올해 빅테크 기업과 은행권의 치열한 시장 점유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부동자금을 흡수해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연말께면 금융권과 비금융권의 승부가 상당수 갈라져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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