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실탄 거머쥔 동학개미 겁날게 없다.

경제일반 / 정민수 기자 / 2021-01-06 16:53:41
3000은 넘었고 3500도 가능하다는 배짱 투자

투자자예탁금 사상 첫 70조 육박…신용융자 19.6조 사상 최대

▲ 겁없는 증시, 투자자도 실탄 충분
국내 증시의 '3,000시대' 개막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개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20077월 첫 2,000 돌파가 외국인과 기관의 몫이었다면 3,000 돌파의 주체는 다른 셈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사실상 양분해 온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수는 그동안 이들의 수급에 따라 움직여 왔고, 개인은 그 틈에서 말 그대로 흩어진 '개미'였으나 작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개인들에게 기회가 됐고, 마침내 국내 증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코스피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패닉으로 1,500선 아래까지 밀렸던 상황에서 개인들은 '동학개미'가 돼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5000억원과 255000억원어치 팔아치울 때 개인들이 무려 474000억원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친 것이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무려 14년 만에 처음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하향 등의 영향으로 개인들은 2007년을 끝으로 2008년부터는 매년 마지막 달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6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11월 말 2,600선 수준이었던 지수를 연말 2,800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새해 들어서는 3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역사적인 3,000 시대의 주역이 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41조원 이상을 사들인 데 이어 5일에도 7000억원 이상 순매수했고, 장중 3,000을 넘은 6일에는 2조원 이상 매집하면서 올해에만 38000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실탄'도 장전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인 694409억원을 나타내며 70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1년 전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진 것 모두 부을 준비 끝 - 200조원 대기자금 탄탄

 

개미들의 투자여력은 20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튼튼하다 못해 넘쳐흐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은 20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일 기준으로만 봐도 투자자예탁금(682873억원) 파생상품 거래에수금(121743억원) RP(환매조건부채권) 잔고(88234억원) 예탁증권 담보융자(176448억원) 신용융자 잔고(193522억원) 등 총 2058348억원에 달했다.

 

투자자예탁금은 70조원을 눈앞에 뒀는데 이 자금은 곧바로 증시에 투입이 가능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빚투'로 불리는 신용잔고도 20조원에 육박한다. 이 역시 대기자금의 하나로 분류된다.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역대 최대 수준인 664829억원에 달하고 있다.

 

개인들은 주식시장을 지키면서 정책도 유리하게 이끌어 냈다. 지난해 3월 시행한 '공매도 금지'는 당초 작년 9월 풀릴 예정이었으나 6개월 연장됐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현행 10억원을 유지했다.

정부도 눈치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3,000 돌파의 원동력"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라든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과거 급격한 하락 이후 주가 반등이 있었다는 부분을 개인들이 학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빚투는 20조 원 수준

 

그러나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5일 기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융자잔고)은 전날보다 2700억원 증가한 19624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 9조원대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며 2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9.7%인 약 59조원 늘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21.6%(24조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폭으로 뛰었다.

금융권 가계 신용대출의 적지 않은 부분이 주식 투자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증시가 우상향하는 분위기에서는 빚투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배가 될 수 있다""증시가 과열된 측면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빚투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격대로에 올라선 개미투자자들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듯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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