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명동 거리
[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적 보복으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행을 금지한 금한령을 내린지 6개월 만에 명동은 조용해졌다. 그동안 명동 거리를 가득 메웠던 중국은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난 뒤에는 한산한 거리가 돼 버린 것이다. 곳곳에서 들리건 중국어와 중국어로 쓰인 현수막도 이젠 찾기 힘들어졌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고깃집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종업원 문모(60·여)씨는 "이전엔 가게 1층과 2층이 꽉 찰 정도로 중국 손님이 많았다. 지금은 확연히 줄어 2층은 아예 빈 공간으로 두고 있다"면서 "메뉴 중 중국인들이 자주 찾던 불고기, 양념 소갈비 메뉴는 장사가 안 되니 없애버렸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6년째 마트를 운영한 한모(45)씨도 "한창 중국 관광객이 올 때는 매대 전체를 비울 정도로 구매량이 상당했고 매출도 높았다. 구매를 많이 하는 중국 관광객은 오지 않고 동남아나 일본 관광객만 오다 보니 객단가가 확실히 줄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전과 대비해 30%이상 매출이 급감했다. 요즘 정말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화장품 매장이나 의류 매장도 사장은 매한가지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판매원 김모(여·35)씨는 "단체주문이나 대량주문이 확 떨어져 매출에 타격이 크다. 중국인 관광객은 과거의 3분의 1수준"이라며 "중국어 안내방송으로 호객행위 안한 지도 오래됐다. 매장이 필요 없을 수준으로 손님이 없는데 중국어 안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해외에서 아예 한국비자를 안 내준다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 문 닫는 가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앞에 있는 화장품 가게 4곳도 다 문을 닫았는데 이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지 말 다하지 않았나"라고 하소연했다.
옷가게 점장 신모씨도 "우리 매장 자체가 중국인을 겨냥해서 8이라는 숫자를 쓰고 로고도 빨간색을 쓴 건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니 타격이 엄청나다"며 "고객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이 중에서 중국인은 70% 정도 줄었다. 예전에는 점원으로 중국인 유학생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의 면세점과 숙박업체도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관광 성수기인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10월1~8일)를 앞두고 있으나 매출 회복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명동에 위치한 A호텔 직원은 "10월은 중국, 일본 다 연휴가 있어 성수기다. 2주 남았지만 예약률이 50~60% 정도다. 예년에는 이맘때 전부 예약이 됐거나 만실이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적은 편"이라며 "특히 예전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은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면세점 내 위치한 가방 매장 직원도 "우리 매장은 중국인이 주 고객이었다. 과거 하루에 입점 고객이 1200~1300명이었는데 지금은 500명으로 줄었다"면서 "단체 관광객은 아예 없다. 주차장에 가면 가득 차 있던 관광객 버스가 지금은 하나도 없다. 타격이 엄청나다"고 탄식했다.
화장품 가게 직원 유모(32·여)씨는 "곧 10월부터 중국 국경절이라 한창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대목인데 이번에는 안 올 것 같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더해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로 일본·동남아 관광객 수까지 크게 줄어 명동 상인들의 곡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매출이랄 것도 없다. 중국 손님을 대상으로 해서 메뉴판과 인테리어도 다 중국어로 돼 있는데 손님이 오지 않으니 매출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게다가 북한 때문에 일본 관광객도 안 오니 정말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기념품 판매업자 윤씨는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이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이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울먹거렸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조모(58) 사장은 "명동은 금한령 이후에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라며 "점포는 많이 나와 있는데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중국인으로 먹고 사는 상권인데 그들이 안 오니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특히 화장품, 숙박업소 등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금한령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까지 겹쳐서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더 줄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이 지속되는 한 개선되긴 힘들 것 같다"며 "한국 문화를 잘 아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국이 안전하다'라는 상황을 알려주면서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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