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4년 동안 미뤄졌던 복수 노조가 드디어 7월 1일 시행됐다. 시행 첫날인 1일, 전국 5개 시·도 11개 사업장에서 12개 복수노조 신고가 접수됐다. 모두 소규모 노조 설립 신고로 당초 예상됐던 '복수노조 설립 쓰나미'는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복수노조 설립 허용과 함께 무노조 신화를 지켜오던 삼성과 포스코의 노조설립은 여전히 노동계의 최대 관심사다.
# 노동계 "삼성 노조 설립은 올해 최대 현안"
민주노총은 지난 1월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삼성 노조 만들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삼성 비정규직 해고 근로자가 설립한 삼성일반노조, 삼성 반도체 노동자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삼성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발병과 LCD 천안공장 근로자의 자살은 이 같은 움직임에 촉매제로 작용했다.
한국노총과 서울지하철노조도 삼성 노조 설립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각 지역지부에서 삼성 직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또 '제3 노총' 설립을 추진 중인 서울지하철노조도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제3 노총'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삼성 겉으로 '무대응', 속으로 '총력 저지'
노동계의 타킷이 된 삼성의 대응은 한마디로 '표리부동'이다. 삼성은 겉으로 "근로자들의 동태를 파악하지도 않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다"며 무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속으로 '총력저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국장급 인사를 영입한 데 이어, 실무진을 보강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노조 특별 교육'을 그룹 차원에서 실시했다. 또한 삼성은 유사노조격인 노사협의회의 활동도 강화했다. 삼성전자 일부 계열사의 노사협의회 대표 선거를 직선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 대의원에 해당하는 노사협의회 위원은 직선이었지만 위원장에 준하는 노사협의회 대표는 간선제로 실시됐다.
또 삼성은 3년간의 인사고과 평균치를 임금에 반영하는 누적평가제 도입을 통해 사원들의 불만 해소에 나섰다. 여기에 연말 상여금으로 직원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제(PS profit sharing)도 손질하고 있다. 실적이 나쁜 사업장 직원들도 받을 수 있는 초과이익분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직원간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 勞 '포스코도!' 공세에 社 복지 확대 맞불
삼성과 함께 대표적 무노조 기업인 포스크 역시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포스코에는 20여명 규모의 페이퍼 노조와 노경협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으로 '1사 1노조' 원칙이 무너진 지금, 더 이상 페이퍼 노조 카드를 쓸수 없게 됐다.
노동계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포스코도 노조 설립을"을 외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직원 복지 확대와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 등 직원들의 불만 요소 제거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회사가 직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재계 "대형 노조는 안되겠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과 포스코의 무노조 신화가 깨지더라도 자동차나 조선업체와 같은 대형 노조는 출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임금 및 복지 등 근무 여건이 다른 대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삼성과 포스코의 노조 설립 여부에 집중하는 것은 소수 직원이 노조를 설립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급 단체와 연계해 세를 확장해나가는 것을 경계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삼성과 포스코가 걱정하는 것은 정치적 이념적 성향의 노조가 생겨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복수 노조가 설립돼 정치 투쟁을 일삼는다면 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복수노조란 : 노동조합이 분열해 탈퇴자가 노조를 결성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자가 별도의 노조를 결성하는 경우를 일반적으로 '복수노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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