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병 총기난사, '군의 왕따문화' 비극을 불러오다

사회일반 / 배정전 / 2011-07-06 12:15:12
軍 말보다는 행동으로 선행돼야

해병2.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난 4일 월요일 오전 4시 20분경, 강화도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 1생활관에서 김민찬(19) 상병은 잠에서 깼다. 6시50분까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김 상병은 후임병과 체력단련장에서 탁구를 치는 등 4명의 해병대원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극의 전조는 없었다.

오전 10시쯤 김 상병은 상황실 상황부사관 한대용 하사가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비운사이 K-2소총 1정을 손에 넣었다. 10시 30분, 김 상병은 제 2생활관에서 막 잠에서 깬 정준혁 이병에서 "권승혁 일병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정 이병은 후에 헌병대 조사에서 "김 상병에게서 술 냄새가 나고 몸을 비틀거렸다"고 진술했다. 1시간 뒤, 11시 40분. 생활관 밖 공중전화 박스 부근에서 첫 총성이 울렸다. 이 총성으로 이승렬 상병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김 상병은 이어 부소초장실 입구에서 부소초장 이승훈 하사를 사살하고, 2생활관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김 상병은 취침 중인 권승혁 일병에게 3발의 총을 난사하고 박치현 상병마저 총으로 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때 잠을 자던 권혁 이병은 반사적으로 김 상병의 소총을 잡고 맞서다 무릎 관통상을 입었다. 박기준 일병과 남기원 상병이 합세해 결국 김 상병은 문밖으로 밀어냈다. 김 상병은 11시 56분 체력단련장 옆 창고에서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부상을 입고 후송되며 참극은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에서 김 상병은 월요일 일과시간 중 술을 마셨고, 무기고 관리자인 한 하사는 문을 열어둔 채 담배 피우러 나가는 등 심각한 군기 문란 행위가 있었다. 특히 2명이 나눠 맡아야 하는 총기함 열쇠를 혼자 보관하는 등 군의 허술한 총기관리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더욱이 이번 참사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군의 왕따문화'였다. 김 상병은 복무 중 작성한 메모에서 'X같은 놈들아, 장**(소속대 이병) XX야, 기수 열외시켜봐, XX야, 다음 생애는 이런 X같은 데서 안 태어난다. XX들아. 엄마 미안.'이라는 메모를 썼다. 또한 그는 필담 조사에서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구타·왕따·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적었다. '기수 열외'는 특정 병사에 대해 "해병대 선·후배 대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집단 따돌림'의 일종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해병대 가혹행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기수 열외'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병대 관계자는 "혹시 병사들 사이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그런 용어는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일부 해병 부대에 '악기바리'라 해서 선임 기수와 조리 식단을 외우지 못하면 빵 5개를 10분 내에 억지로 먹게하고, 못하면 손바닥과 주먹으로 뺨과 얼굴을 수차례 때린다고 밝혔다. 또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이층 침상에 매달리게 한 뒤 가슴을 때리고 ▲손바닥과 주먹, 슬리퍼 등으로 뺨을 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군의 왕따 및 구타 문제는 비단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월 30일 새벽 5시, 강원도 한 부대에서 A이병이 신발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부대 일부 간부와 헌병 수사관들은 자살 경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군 관계자에 따르면 "간부들이 생활관에서 잠을 자 조사를 피했고, 부대원들에게 '너희들에게 좋을 것 없으니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A이병이 체력훈련 과정에서 하는 급속행군을 못해 왕따, 폭언, 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군내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한 B병사는 3층에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었다. B씨 부모는 아들이 가혹행위를 당해 투신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까지 6개월 동안 군부대와 싸워야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05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GP 총기난사 사고' 역시 김동민 일병의 복무부적응과 일부 선임병의 욕설과 질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숨진 4명의 해병대원 영결식 조사에서 "현장에서 고통을 같이하고 막아내지 못해 미안하다"며 "다시는 해병대 병영에서 전우를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지켜내겠다"고 고인이 된 부하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하지만 복무부적응 및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의 이유로 군의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말뿐이 아닌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은 정보가 통제되는 곳이다 보니 일단 사고가 나면 덮으려 한다"며 "군인복무규율 등에 따라 군대 내 사고를 외부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등의 독소조항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