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한 게 없는 총기사고 대책

사회일반 / 배정전 / 2011-07-21 11:32:01
군과 정치권은 면피용 대책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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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좌) 김관진 국방부 장관(우)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병영생활행동강령, 병영심사관리대 설치, 제대별 정신교육 강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대책들로 군내 총기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국방부는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사고 후 이런저런 수습책을 발표한 끝에 총기사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탕 혹은 삼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하달한 '행동강령'에 따르면 병 상호관계는 명령 복종관계가 아니며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 인격모독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군이 2003년 12월부터 육군규정으로 제정해 운영해온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또한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이 제시한 '빨간 명찰 회수' 조치 역시 타군에 비에 10여년 뒤떨어진 해병대의 병영문화를 개선할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군의 대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강화도 총기사고에 이어 해병대에서 또 자살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매년 군내 자살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병영문화 혁신 추진 경과 및 성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30년 전에 비해 군대 내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고 홍보했다. 심지어 "해병대 총기사건과 자살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있으나 군은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했고, 이에 따른 성과가 있다"고 자화자찬까지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2005년부터 6년간 군내 자살자 수는 늘었다. 10만명당 자살자수는 2005년 11.3명, 2007년 11.4명, 지난해 12.6명으로 증가세다. 특히 최근 총기 사건과 자살 사고가 겹친 해병대와 해군(해병대 항목을 따로 분류하지 않음)은 10만명당 2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엇다. 2005년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김 일병 총기 난사 사건(530 GP사건)' 후 내놓은 '병영문화 혁신'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군내 사망자 가운데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24.5%였던 자살자 비율은 1990년 40%로, 지난해에는 63%로 껑충 뛰어올랐다. 군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줄었지만 '자살'은 병영문화와 연관 돼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은 그저 "10년 정도 병영문화가 뒤떨어졌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라고 말 할 뿐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 사령관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몇몇 하급간부에게 책임을 묻는다고해서 병영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군은 재탕, 삼탕식 우려먹기 대책으로 순간의 책임을 면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정치권 역시 2007년 1월, 군인의 기본권을 강조하며 입법예고됐으나 정권교체로 폐기된 '군인복무기본법안'과 같은 법제정으로 입법기관 본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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