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3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90세 또는 100세 이상까지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다'는 응답이 43.3%로 나타났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응답은 28.7%에 그쳤고, 28.0%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장수(長壽)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이를 반기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대다수 노인들이 우울하게 노년을 보내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2009년 현재 남자 77세, 여성 83.8세이다.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나이인 최빈(最頻) 사망 연령은 2008년 85세였으나 2020년에는 90세를 넘어 100세 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몇 년 안에 100세 수명을 채우고서 이 세상과 이별하는 사람들이 흔해지는 시대가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시대 조류(潮流)의 변화로 자녀의 부양은 기대하기 어렵고, 노후복지 제도가 미흡한 탓이다. 작년 기초생활수급자 141만1577명 중 노인이 26.8%였고, 부양자가 있어 수급자에 포함되지 못한 '비(非)수급 빈곤층' 103만명은 대부분 노인으로 추정된다.
이런 한국 실정에서는 기본적으로 개인들이 치밀한 노후설계를 통해 100세 장수 시대를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5월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271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9.7%에 불과하고 개인연금 가입자도 2009년 현재 162만4000명밖에 안 된다. 각자가 현역 시절부터 퇴직연금 등의 가입을 늘려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조기 은퇴를 압박하는 사회 시스템도 점차 고쳐가야 한다. 직장 형편에 따라 정년을 늘리거나 없애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 최소한의 생활수준이 보장되도록 노인 복지 체계를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노인용 주택 등 노후 관련 상품 제조와 노인 건강을 돌보는 서비스업종을 적극 육성할 필요도 있다. 장수 시대를 맞아 빈곤·질병·고독 등 노인 3고(苦)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인·회사·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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