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미국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제는 새로운 대북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새 대북정책의 핵심 과제로 '신뢰외교'와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신뢰의 부족은 남북한 사이의 진정한 화해를 어렵게 만든 기본적 요인"이라며 "국제적 규범에 근거하여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균형정책은 남북한 간 안보와 교류 협력 사이의 균형,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새로운 대북(對北) 구상을 내놓은 것은 현재까지 남북관계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대선 경선에서 여성으로 대북정책과 안보의식이 약하다는 지적을 일찌감치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북한이 호전적인 대남(對南) 전략을 버릴 것이란 입장이었으나 지나친 희망이었다"고 비판하면서 현 정부에 대해서도 "압력을 통해 북한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대북 균형정책이란 결국 역대 정부의 강온(强穩) 정책 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경우에 따라 강·온 두 정책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말한 신뢰외교의 내용은 대부분 북한이 지켜야 할 것들이어서 북한이 반기고 나설지는 의문이다. 그는 "북한은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선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뢰외교는 단지 정치적 편의에 의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검증할 수 있는 행동에 근거하여 다음 단계로 하나씩 넘어가면서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이 꺼려해 온 상호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갈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대북 균형정책에 대해선 "도발엔 더 강하게 대응하고 협상을 추진할 땐 매우 개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도발을 다시 해오면 현 정부보다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엔 모든 가능한 정책수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동시에 북한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다양한 남북 간 공동 경협(經協)프로젝트를 거론했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핵을 포기하면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은 현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도 담겨 있는 것이어서 북한이 당장 호응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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