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을 훌쩍 넘겨 한나라당이 21일로 창당 14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창당 14돌의 의미에 걸맞지 않게 기념행사는 30분 만에 무겁고 침울하게 끝났다.
이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창당기념일이지만 마냥 표정이 밝을 수 없는 게 당의 현 주소"라며 이같은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유는 뻔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심 이반을 확실히 확인한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외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외침이다. 홍 대표는 이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짐)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당명 변경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은 지나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의 쇄신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한나라당이 표방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그 해답이다. 또한 이를 위한 정책과 정강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실천해야만 한다. '실천' 그것만이 한나라당의 살길이다.
한나라당은 정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큰 틀 속에서 법치주의 확립과 개인의 자유 확대, 시장 중시와 기업활동 보장,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보, 지역주의 극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가치 중 어떤 것도 현재 시대적 요구와 크게 동떨어진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위기는 가치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천의 문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앞세워 개인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고, 시장논리로 가진자들의 배만 불렸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정부의 거수기 노릇으로 '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극복을 외치던 지역주의에 집착했고, 계파싸움으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된 정당으로 낙인 찍혔다.
'보수정당'(Conservative Party)의 사전적 의미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혁신적인 사상과 대립하여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강·정책을 가진 정당을 뜻한다. 한나라당은 14년의 세월동안 각인된 기득권 유지나 수구적 태도를 벗어던지고 사전적 의미가 시사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모든 쇄신과 혁신은 이런 기본적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며 점진적으로 실천해 나갈 때, 한나라당은 다시금 보수의 기수로 국민들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이것이 30분 만에 끝나버린 창당 14돌 기념식의 의미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