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조광래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성적과 경기력이 모두 좋지 못했기에 비판이 거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질이라는 사실이 고개를 든 시기와 방식은 조광래호가 보였던 아쉬운 모습보다 더 실망스럽다.
지난 7일 밤 언론들이 조광래 감독의 경질 사실을 알렸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한일전 참패와 레바논전 패배를 당했고, 월드컵 예선 탈락의 위기감 속에 조광래 감독이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 경질 이유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시기와 방식에서는 축구협회의 후진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레바논전 패배 이후 20여 일이 지났다. 조광래 감독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어느 정도 수그러든 상황에서 경질 소식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물론, 월드컵 예선 탈락을 막기 위해 초강수를 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감독 경질에 대한 충격과 어수선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적절했다.
방식은 더 큰 문제다. 기술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통보식으로 대표팀 감독 경질 소식이 전해진 것은 충격 그 자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나눈 뒤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기본이다. 설사, 내부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당사자와 대면을 해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비밀'에 부쳤어야 한다.
'밀실회의'를 통해서 대표팀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의혹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다른 세력들이 조광래 감독 경질에 압박을 넣었다는 이야기까지 튀어나왔다. 사실 여부를 떠나 축구협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초래된 일이니, 그 후진성에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후임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어처구니가 없다. 일단 홍명보 감독과 최강희 감독은 현실적으로 국가대표팀을 맡을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대표팀을 떠나거나 국가대표팀과 겸임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최강희 감독 카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강희 감독은 이전에도 소속팀 전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결국, 또 다른 후보인 압신 고트비 감독으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트비 감독 카드 역시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지한파'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감독의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이란을 본선에 올려놓지 못했고, 프로팀에서의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히딩크 사단'에 대한 향수가 아직도 남아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조광래 감독은 경질 소식을 전해듣고 난 뒤 "조기축구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런 식의 마구잡이식 행정이라면 그 누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려 하겠는가. 사람에게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 중요한 법이다. 전임자의 끝이 좋아야 후임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팀을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 소식과 축구협회의 후진성. 아시아 팀들에게 패한 부분에 대해서만 화를 낼 것이 아니다. 한국축구, 전체적으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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