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非상경 학과에 '협문', 취업여건 나은 상경계는 '광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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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문과 관련 졸업생들이 취업에 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대학가 전반에 또 다른 신조어 바람이 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에는 한국사회의 취업난과 인문계 기피현상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 등 신조어 등장에 이어 최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인문계열 학과에 대해 '협문'이라며 조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신조어 ‘협문-광문’은 "협문들아. 졸업장 어떻게든 세탁해보려고 공대 찔러보지 마라."와 같은 용례로 활용되고 있다.
협문은 '협의의 문과'를 줄인 말로, 그간 문·사·철로 통칭되는 인문계열 학과 및 정치외교학·언론정보학과 같은 비(非)상경계열 학과를 일컫는 말이다. 이와 대비되며 등장하는 표현으로는 '광문'이 있다. '광의의 문과'를 줄인 말인 광문은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 학과를 가리킨다.
협문은 2017년 즈음부터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등장해 최근 일부 대학 커뮤니티 및 대학입시 커뮤니티 공간에서 활발히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본래는 학부 과정 중 수학 계산을 쓰지 않는 전공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좁은 의미에서 진짜 문과' 의미로 사용했으나 최근 취업률이 저조한 상황인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말하는 단어로 쓰인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선배도 손절하는 협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교육학을 본래 전공으로 삼고 경영학을 이중전공한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사장도 경영대에만 기부한다"는 내용이 학생들의 유머로 쓰이기도 했다.
대학생의 반응은 각양각색...‘줄세우기’부터 ‘우리도 어렵다’
언론정보학과 재학생 원모(22)씨는 "문과도 이제 둘로 구분한다고 하니 '문송합니다'는 벌써 옛날 말이 됐다"며 "상경계가 그래도 인문계보단 (취업하기에) 낫다는 생각으로 만든 말 같다"고 말했다.
한문학과 재학생 김모(23)씨는 "학벌 경쟁으로 대학에 입학하니 다시 내부에서 취업률로 학과를 줄 세우려는 것 같다"며 "일부 학생들이 비뚤어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신조어에서 ‘광문’이라고 분류되는 상경계열 학생들은 이에 대해 인문계열보다는 나은 점을 인정하지만 본인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이모(23)씨는 "광문이라고 취업 걱정을 안 하는 것도 아니라서 취업이 어려워 다들 고시나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한다"며 "취업문이 워낙 좁다 보니 취업에 더 불리한 인문계열 학생들을 공격하고 안도감을 얻으려는 이들이 만들어낸 단어 같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국문학을 이중전공한 차모(23)씨는 "상경계가 더 취업할 기회가 다양하게 있긴 하다"면서 "학부 수준에서 인문계열과 상경계열이 배우는 내용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인문계열 학생들도 진로를 다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발표한 '2018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분석에서도 경제·경영학을 포함하는 사회계열의 취업률은 64.2%로 나타나 인문계열(57.1%)에 비해서는 높았으나 전체 취업률(67.7%)보다는 낮았다.
전문가들은 ‘협문’에 대한 조롱 현상에 대해 취업난으로 불안을 느끼는 청년들이 불만과 공격성을 특정 대상에 대해 드러내려는 경향을 갖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를 기반으로 이뤄지던 계층화가 이제는 전공에 따라서도 더 세밀히 계층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취업난으로 두려움을 느끼면서 '내부 총질'을 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취업이 안 돼 학생들이 '협문'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면서 "문과 과목을 협의와 광의로 나누는 것은 전통적 학문 분류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취업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반영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일부 대학생들이 지적하듯 어떤 그룹은 아예 문과생을 한 명도 뽑지 않는다든가 또 어떤 기업은 대놓고 취업 자격에서 차별을 준다든가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어려울수록 문과 졸업생들을 골고루 고용하는 방안을 짜낼 줄 아는 기업인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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