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정동철 기자] 과거 추성훈은 일본에서 사쿠라바 카즈시와의 경기 도중 '로션 사건'으로 고개를 숙였다. 수 많은 비판과 함께 퇴출 위기를 겪은 뒤 한국으로 건너와 데니스 강과 격돌했다. 추성훈은 경기 전 "승률이 40%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보다 더 낮은 승리 확률을 점쳤다. 그런 상황에서 추성훈은 '투혼의 승리'를 거뒀다. 최대위기 상황에서 멋진 승리를 거두면서 '풍운아'의 설움을 씻어냈다.
UFC 133이 펼쳐진 지난 8일. 추성훈은 또 한 번 '투혼의 승리'를 다짐했다. 상대는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실력자 비토 벨포트. 추성훈은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며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펀치 한방 날리지 못하고 아쉬운 TKO패를 당하고 말았다.
UFC 3연패다. UFC 무대의 높은 벽을 추성훈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끈한 타격전을 벌이고 상대를 몰아가면서 싸우던 앞선 3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벨포트가 너무 강했다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추성훈은 투혼을 바탕으로 위기를 수 차례 넘겨온 사나이지 않는가. 자신의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추성훈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비판이 많았다.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 상황에서 외부 활동을 펼치는 모습이 영 게운치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 선수가 다른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결전을 앞두고 정신자세를 가다듬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진리다. 그런 면에서 보면, 추성훈은 데니스 강을 꺾을 때와는 다른 준비 자세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3연패를 당한 뒤 'UFC 퇴출' 이야기가 고개를 들었다. 추성훈은 현재 미들급 랭킹 중위권 정도로 분류된다. 중위권 선수가 3연패를 기록하면 퇴출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하지만 지더라도 화끈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는 상품가치를 높게 인정받았다. 적어도 이번 벨포트와의 경기 전까지는 말이다.
벨포트전에서 추성훈은 '야수'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동양인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의 힘과 공격본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벨포트의 노련함에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했기에 상대를 제압할 힘이 당연히 떨어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추성훈은 우리나이로 37세다. 격투기 선수로서는 환갑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체력관리에 어려움을 조금씩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3연패를 당했고,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쿠라바 사건' 때처럼 자신이 작아지고 있음을 추성훈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추성훈이 여기서 모든 것을 접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하지만 야수의 눈빛을 잃은 채로 어영부영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더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위기의 추성훈. 야수로 거듭나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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