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남자농구]'맨땅에 헤딩' 韓농구 정보력 부재 심각

농구 / 뉴시스 제공 / 2011-09-26 10:35:32

"레바논에 대한 정보가 적은 상황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영상과 기록으로 간신히 파악하고 있다."

1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던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허재(46) 감독이 레바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 말이다.

레바논은 2009년 톈진대회 8강에서 한국을 무너뜨려 역대 최악의 성적을 안긴 팀이다. 이보다 앞선 2007년 도쿠시마대회 준결승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들에 대해 잘 몰랐다. 다른 팀들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부족한 실력과 더불어 문외한 같은 정보력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3위에 올라 내년 최종예선 출전 자격은 얻었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모습이라 더욱 아쉽다.

베셀린 마티치 이란대표팀 감독은 한국과의 결선리그를 앞두고 "한국은 정말 두렵다. 존경스럽다"면서도 "한국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농구협회는 대회를 앞두고 마티치 감독에게 4명으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을 지원했다. 윌리엄존스컵과 예선 경기를 통해 분석을 마친 이란 앞에 한국은 '독 안에 든 쥐'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아시아 최강 이란이지만 방심하는 법이 없었다.

이란과 비교하면 한국은 비과학적이고 대책도 없었던 과거 경찰 수사의 단면을 보여줬던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하게 한다. 전력분석팀은커녕 분석원도 없다.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DVD영상과 기록을 정리한 파일이 전부다. 이마저도 협회가 아닌 일부 농구전문가들이 공들여 모은 것이다. 김남기 전임감독 체제에 있던 2008년에도 똑같았다.

대한농구협회 조직을 보면 실무진은 5~6명 수준이다. 전문적으로 다른 국가의 전력을 분석할 인력이 있을 수 없는 환경이다.

남녀 연령별 대표팀 지원은 물론 각급 아마추어대회 개최, 국제 업무 등 할 일이 넘쳐나지만 5~6명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지 오래기 때문에 전력분석은 꿈도 못 꾼다.

이종걸 회장 아래 부회장단(8명)과 이사진(10명) 등 결정권자들만 많은 전형적인 역삼각형의 기형적 구조다. 게다가 일부 임원들은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하는 게 없다.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실 단체가 대한농구협회다.

이종걸 회장은 그동안 농구인들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길 기대하면서 뒤에서 힘쓰고 지원하는데만 주력했다.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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