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심판들의 어머니·누나 되겠다" KBL 첫 여성 심판위원장 강현숙의 포부

농구 / 뉴시스 제공 / 2011-09-30 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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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잘 할 때는 칭찬하고, 못 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하겠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강현숙(56) 전 여자농구대표팀 단장을 심판위원장으로 임명했다. 1997년 출범 이후 처음 탄생한 여성 심판위원장으로 파격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남자농구 경험이 없는 강 위원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그동안 쌓여온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바로잡고 심판부 전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크다.

강 위원장은 29일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겠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KBL 심판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리그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심판들 모두 동생,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잘 할 때는 칭찬하고, 못 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매 시즌 반복된 심판판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선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다. 나에게 기대하고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무학여고를 졸업한 뒤 1973년 외환은행에 입단, 1980년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를 지낸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대표팀 단장을 역임한 '농구계 여성일꾼'이다.

◇강현숙 KBL 심판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심판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정말 길게 고민하다가 중책을 맡았다. 남자농구에서 여성 심판위원장이 처음 나온 파격인사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자칫 안 하니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임감도 크게 느껴진다.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보답하겠다."

-일부 구단에서는 여성 심판위원장 선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하는데.

"당연한 것이다. 10개 구단 모두 반대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남자농구에 여성 심판위원장이 온다고 하면 당연히 반대할 수 있다. 기존 KBL 심판들이 훌륭히 수행해 왔지만 더 공정한 판정을 통해 심판들에 대한 신뢰를 쌓겠다는 굳은 의지를 인사를 통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심판위원장으로서 힘든 점이 있을 텐데.

"심판의 원칙을 확고하게 정립해서 대응할 생각이다. 심판위원장을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운 일을 겪겠지만 각오를 다져 꿋꿋이 해나가겠다. 심판위원장을 하다 보면 욕은 먹게 돼 있다.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화살을 내가 맞는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KBL 심판들의 불신과 판정 논란이 반복돼 왔는데.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다. 또 심판들이 일관되고 정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판정을 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심어주고 싶다. 잘 어우러지면 심판 개인은 물론 KBL 심판부 전체의 위상과 권위가 상승할 수 있다. 단기적인 면보다 장기적인 면을 보고 심판부를 이끌어 갈 것이다."

-심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즌을 앞두고 급하게 인사가 이뤄져)짧은 시간을 지내고 곧장 시즌이다. 심판위원장은 심판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서로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나를 위원장으로 든든하게 믿고 나는 심판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처럼 서로를 믿고 동료애와 결속력을 키워야 한다."

-나중에 어떤 심판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거창하게 갑자기 무언가를 바꾼다기보다는 '좋은 심판상을 심어준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당장 드러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심판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면서 정의로운 심판상을 제시한다면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심판들 모두 동생,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잘 할 때는 칭찬하고, 못 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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