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한 이택근(31)의 환영식 및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못하던 넥센 김시진(53) 감독은 기자회견을 모두 마친 뒤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택근이 합류하면서 넥센 타선은 한층 무게감이 생겼다.
무게감이 생긴 타선의 타순을 어떻게 짜서 폭발력을 극대화시킬 것인지가 김 감독의 과제다. 올 시즌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행복한 고민'이다.
올 시즌 넥센의 마운드는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 '화수분'이라고 불렸다. 때때로 유망주들이 '깜짝 활약'도 선보였다.
하지만 타선은 늘 김 감독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시즌 도중 '오늘 타순은 어떻게 조정을 하실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한숨으로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글쎄, 어떻게 짜면 좋을까"라며 반문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올해 7월말 LG 트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박병호(25)를 데려오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택근을 4년간 최대 50억원에 영입하면서 김 감독의 고민은 '행복한 고민'으로 둔갑했다.
이택근 영입 직후 김 감독은 "아직 타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1, 3, 5번이 모두 가능한 선수 아닌가"라고 기대감 섞인 고민을 내비쳤다.
김 감독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다. 4번타자는 확정이다. 나머지가 고민이다.
타순 이야기를 꺼내자 김 감독은 일단 "내년 시즌 4번은 무조건 박병호"라고 못을 박았다. 올해 7월말 이적해 가능성을 한껏 선보인 박병호에게 내년에도 무조건 기회를 주겠다는 것.
그는 "우리는 신인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팀이다. 나는 5~6경기 내보내고 기회를 줬다고 하지 않는다. 100번 정도는 쳐보게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나머지 타순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스프링캠프 내내 고민할 생각이다.
'3~5번을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순서로 쓰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는 말에 김 감독은 "유한준도 있지 않느냐"고 운을 뗐다. 유한준도 중심타선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다.
김 감독은 "3~6번을 이택근, 박병호, 유한준, 강정호 순서로 쓸 수도 있다. 강정호, 유한준 순서를 바꿀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씩 웃었다.
이어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봐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넥센 선수단은 마무리 훈련을 모두 마치고 30일 오후 귀국한다. 김 감독은 이틀 먼저 귀국했다.
마무리 훈련에 대해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예년과 달리 스프링캠프에 젊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갈 것 같다"며 서건창과 지재옥, 권택형, 박정음, 박종윤 등을 꼽았다.
1.5군 가운데에서도 조중근, 오재일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한 김 감독은 "조중근은 올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1군에서 제외됐는데 옛 모습을 찾았다. 오재일은 어느 때인가부터 특타가 끝나고 밤중에 혼자 스윙을 한 뒤 스윙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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