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하청 상대 공무원 갑질, 법 개정해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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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공무원들이 하청이나 계약직 사원들과 회사에 대해 과도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시급한 개선이 요구된다. 을에 해당하는 이들의 하소연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지방자치단체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데 담당 공무원의 갑질이 너무 심합니다. 공무원이 기분 따라 대행사업의 기획안도 멋대로 바꿔버리고, 수시로 폭언을 합니다. 정말 공무원 때문에 미칠 것 같습니다."
"공무원의 지시를 받는 공무직 직원입니다. 저희 근무조를 강제로 바꾸려고 해서 직접 찾아가 제발 다시 생각해 달라고 몇 번을 사정해도 무시하고 진행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나 용역·하청 노동자들이 공무원으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9일 단체가 접수한 계약직 노동자 등에 대한 공무원의 갑질 사례들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경기 수원시의 모 부서에서 계약직 통합사례관리사로 근무하던 A씨는 그해 말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에서 탈락했다. 동료 13명 중 A씨가 유일한 탈락자였다.
A씨는 평소 자신과 불화가 있던 담당 팀장이 전환 평가에서 부당하게 낮은 점수를 준 것으로 의심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정규직 전환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잇따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동위와 사법부 판단 달랐다
A씨가 직장갑질119의 도움을 받아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는 달랐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수원시는 원고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며 "평가위원(팀장)의 원고에 대한 점수 부여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직장갑질119는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 용역 재계약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갑질에 힘없는 노동자들의 가슴은 피멍이 든다"며 "그러나 하청·파견직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무원에게 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체는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범위를 원청·5인 미만 사업장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방정부는 공무원들의 갑질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해 직장 내에서뿐 아니라 용역·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갑질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관련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계도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갑질문화 개선 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있고 개선의 의지도 불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까지 나타나고 있어 시정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철저한 조사와 함께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사실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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