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모은 여론, "죽산보 해체·승촌보 상시개방"

건설/부동산 / 이준섭 / 2020-09-29 07:50:27
영산·섬진강 유역물관리위, 정부에 건의할 단일 의견안 채택

농민들, 자신들 목소리 배제됐다고 강변... 물부족 사태 지적도

▲ 섬진감유역물 관리위에 참석한 조명래 장관
지루하게 끌고 오던 영산강 보 처리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이 끝난 모양새다.

결국 전남 나주 죽산보 해체와 광주 승촌보 상시개방이라는 영산강 보 처리 여론이 모였다.

 

28일 영산·섬진강 유역물관리위원회는 나라키움 광주통합청사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이러한 단일 의견안을 채택했다.

 

유역물관리위는 채택한 의견안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하게 된다. 영산강 보 처리방안 결정에 따른 지역 의견 수렴 작업이 1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개방 의견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작년 2월에 제시했던 안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4대강 기획위는 수질과 생태 개선, 유지와 관리 비용 절감 등 편익이 제반 비용을 상회한다며 죽산보 해체를 제시했다. 보 해체를 시작하면 가동보와 고정보, 부대시설 등 모든 구조물을 철거하게 된다. 죽산보 건설에는 163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영산강 이견환경단체 자연 회복농민 용수 부족

 

승촌보 상시개방 안도 4대강 기획위 제시안이 여론 수렴 과정에서 그대로 도입된 것이다. 죽산보와 달리 막대한 비용을 또 들여야 하는 철거가 되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승촌보 상단은 광주 남구 승촌동과 나주 노안면을 연결하는 공도교로 기능하게 된다. 보 주변 수막(水幕) 재배 수요도 철거보다는 존치에 힘이 실린다.

 

수막 재배는 비닐하우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그사이에 수온이 높은 지하수를 흘려보내 보온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며 일반 재배시설보다 난방비 효율이 높다. 다만 대량의 물이 필요해 4대강 사업 이후 보 설치 구간을 중심으로 보급된 상태다.

 

지난해 4대강 기획위 제안 이후 의견 수립 과정에선 난항이 지속되었다. 환경단체는 영산강 자연성 회복을 제창한 반면 농민들은 물 부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유역물관리위의 결정이 내려지긴 했어도, 최종적으로 보 처리 방향이 확정될 때까지 엇갈린 반응은 되풀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이다.

 

환경단체들은 보를 헐라고 강권 

 

실제로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과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를 헐어야 강이 산다""승촌보도 죽산보와 함께 해체해야 한다"며 관리위의 결정에 이의를 표했다.

 

단체는 "물 이용 대책 추진 후 완전 개방을 권고한 승촌보도 해체가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물 이용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주체들이 뜻을 모으면 해결 가능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반면 농민들은 보 해체와 상시개방이 물 부족을 야기한다고 보며 "여론 수렴 과정에서 지역민이 배제됐다"며 반발에 나선 분위기다.

 

죽산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죽산보를 철거하면 영산강은 도랑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가뭄 대책도 없고 소통에서 진정성도 없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조명래 장관은 이날 영산·섬진강 물유역위 회의 후 기자들과의 회동에서 "민간위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보 해체와 상시개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대변해주셨다""물 이용 대책과 실현 계획을 충분히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죽산보와 승촌보 최종 처리안은 유역물관리위 의견을 참고해 국가물관리위가 결정한다. 다만 국가물관리위는 유역물관리위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죽산보는 해체될 확률이 높은 상태다.

 

정부는 지역 의견 수렴과 함께 처리 방안 결정에 필요한 통계 자료 등 수집에 나섰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복원 사업의 시범 케이스로서 금강의 세종, 공주, 백제보와 영산강 2개 보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녹조 발생 등 환경 파괴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서 4대강 보가 지적받고 있는 만큼 영산강 보의 사실상 철거 결정은 낙동강 등 다른 강에도 적용될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보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에서 동의 없이 관 주도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4대강 복원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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