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아닌 진정한 구출 작전, 청년에게 희망을
![]() |
△사진=캄보디아에서 구금된 한국인 64명 송환 |
작년부터 국내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청년들이 납치돼 고문당한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억울한 피해자'라 여겼다. 그러나 정황은 달랐다. 99.99%가 ‘한 달에 500만~1000만 원 벌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현지로 향했다는 것이다. 빚을 갚으려 통장을 팔러 갔다가, 간단한 서류 전달만 하면 수백만 원을 준다 하여 비행기 표와 숙식까지 제공된다는 조건에 넘어간 경우가 대다수였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제안이 정상일 리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은 눈앞의 돈에 유혹당했다.
사실상 많은 이들이 ‘어느 정도 알고 간 것’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로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어왔는지를 상기시킨다. 로맨스 스캠, 주식 리딩방 사기, 대출 빙자 등 온갖 피싱 수법에 속아 집안이 풍비박산 난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피해자는 바보 취급을 당하고, 가해 조직은 해외에서 법망을 피해 활개 치며, 피해액은 변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지에서 억울하게 갇힌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민들은 오히려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냉소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욕심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국내 일자리의 부족,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빠른 돈을 좇는 사회적 분위기가 배경에 자리한다. 그들은 원래 선량한 청년이었다. 부모의 기대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의 선량함을 지켜주지 못했다. 불법 고용과 해외 범죄조직의 유혹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손을 뻗었고, 청년들은 피해자처럼 끌려 들어가다가 결국 타인을 해치는 도구로 전락했다.
문제는 여기에 정치적 공방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에서 피싱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이 송환되자, 여당은 “정부의 신속 대응 성과”라 자평했고, 야당은 “범죄자 송환 쇼”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마치 자신이 구출 작전을 지휘한 듯 ‘영웅담’을 늘어놓았고, 심지어 군사적 조치와 ODA(공적개발원조) 중단을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재외국민의 안전과 범죄 대응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두고 정치적 수사만 난무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만을 안긴다. 지금은 정쟁이 아니라, 구조적 대책을 마련할 때다.
캄보디아 현지의 실상은 참혹하다. 범죄단지에서 고문당하다 숨진 대학생 박모 씨의 사례처럼, 한인 사망자가 두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교민 사회마저 불안에 떨고 있으며, 한국 청년들은 범죄의 미끼와 폭력 사이에서 삶과 죽음을 오간다. 단순히 “구출”의 문제를 넘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국가의 책무가 분명해졌다. 해외 범죄조직의 덫에 빠지는 국민을 예방하는 체계,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구출하는 구조망, 범죄에 가담한 이들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사법적 장치가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 특히 외교 채널을 통한 현지 정부와의 협력, ‘코리안 데스크’ 같은 전담 조직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 스스로의 각성이다. 손쉬운 돈벌이는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달콤한 제안 뒤에는 타인의 눈물과 자신의 파멸이 숨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는 이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가정과 학교, 공동체는 책임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캄보디아의 사건은 우리 청년들의 초상이자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경계가 무너진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각성이 동시에 필요함을 본다.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이 해외 범죄단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젊은 영혼들의 선량함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미래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쇼’도, ‘영웅담’도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청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진정한 구출 작전이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