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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경제시평=이의준 박사]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비롯해 정치권이 소용돌이 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주름살이 더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각종 경제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현 부총리와 내정자사이에서 정책기조의 설정과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은 더하다. 대기업들은 스캔들에 연루되어 총수들이 줄줄이 국회에 소환되고 있다. 수출과 고용에서의 역할도 부진해 과거의 위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간 우리가 주력산업이라고 여겨왔던 철강, 자동차, 화학, 조선이 주춤하면서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기록을 세우며 무역 1조 달러시대를 반납했다.
여기저기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정부나 업계 모두 차세대의 유망산업을 일구는 게 급선무라고 한다. 따라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목하고 있는 점이 바로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일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궤를 같이 하고 차세대 경제의 밑거름이 될 신생기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이 1870년대에 태동한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과 3차 산업시대의 정보화와 자동화시스템이라면 소위 뜨고 있는 창업이나 벤처기업은 상당수가 4차 산업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제조와 ICT의 융합,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 의료와 바이오산업 등의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해 벤처캐피탈의 신규투자액이 2조 8백 억 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는데 금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에 투자된 분야는 53.6%가 ICT서비스, 바이오, 의료, 서비스 등 4차 산업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에 투자되었다.
신규로 조성된 투자재원도 3조원에 이르러 역대최고수준이다. 특히 이들 투자기업의 63.8%가 창업 후 6년까지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기업군이다. 세계적으로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는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생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오바마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통한 신산업육성과 벤처창업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업자나 기술자의 비자발급요건이 까다로워질 것이라고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작년에 67억 달러를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내고 있는 창업국가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 443만개의 창업이 이루어진 중국에서는 2천억 위안을 창업에 투자했고 이중 상당부분을 20대의 젊은이들이 나서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도 인공지능이나 정보통신분야는 물론 5차 산업분야의 오락, 문학, 패션, 레저와 같은 소프트산업에서 경제성장의 답을 찾고 있다. 요즘 서점가와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해리포터시리즈와 같은 융․복합적인 문화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GDP의 1%에 가까운 250억 달러 매출을 거둔 조앤 롤링(Joan K, Rowling)처럼 한 개인이 거대산업효과를 거둔 신화를 재현하고자 한다. 이처럼 세계가 창업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과거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시장진출의 여건이 좋아졌다.
더욱이 각기 다른 산업이나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시대이다. 융합기반의 신기술로 전통산업을 빛내고 신산업도 일구는 일석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굼뜬 대기업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창조경제와 관련된 사업에 엮이면서 자칫 창업이나 투자가 매도되는 것이 아닌 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2001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용어로써 본질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말한다. 어느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창업이나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정권과 관계없이 추구해야 할 정책인 것이다.
이는 젊은이의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신산업을 만들어내며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을 사회에 뿌리내려 활력이 넘치는 국가경제를 다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이나 투자는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유지되거나 확대되어야 하며 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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