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김영훈 기자]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38명과 은행 2곳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대검찰청은 17일 "지난해 11월부터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ㆍ서울서부지검 등 전국 6개 지검은 지난해 11월부터 금감원을 통해 시중 은행에 대한 채용 비리를 집중 조사했다.
전·현직 은행장 포함 무더기 기소
추천ㆍ청탁 별도 '명부' 따로 작성
하나은행은 함영주 행장과 장모 전 부행장 등 4명이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송모 전 인사부장 등 2명은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추가 기소됐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불합격 대상자를 합격시키고, 남녀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하는 등 차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함 행장에 대한 업무 방해 및 남녀 고용 평등 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남모 전 수석 부행장 등 6명도 지난 2월 업무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탈락자 5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모 전 부행장 등 인사 담당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신입행원 및 인턴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 대상자들의 자기 소개서 평가 등급을 높이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하나은행 239건, 우리은행 37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금융 기관의 인사 담당자들은 추천이나 청탁이 있으면 별도의 명부를 따로 작성해 채용 절차를 밟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제공/연합뉴스]
청탁은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뿐만 아니라 지점장 등이 추천한 주요 거래처 자녀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채용 청탁이 있을 경우 서류 면접을 통과시켜주는 관행도 확인됐다.
성차별도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도적으로 여성 채용 비중을 낮추기 위한 점수 조작을 한 사례도 많이 발견됐다.
시중은행 6곳 채용비리 '실태'
靑직원 사칭까지
하나은행은 서류 전형에서 특별한 결석 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처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따로 신설해 불합격한 2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나은행에서는 외부 인사가 자신의 딸을 채용 청탁하면서 은행 인사팀에 '청와대 감사관 자녀'라고 허위로 알렸다.
국민은행에서는 채용팀장이 부행장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 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잘못 알고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키는 촌극도 벌어졌다. 검찰 조사 결과 부행장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채용팀장이 알아서 그런 일을 벌였고 이후 부행장 자녀가 남성이고 당시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여성지원자를 면접에서 탈락시켰다.
광주은행에서도 인사·채용 총괄 임원의 딸이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해당 은행에 근무 중임을 기재했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점수에 만점을 부여했고 나아가 해당 임원은 2차 면접에 직접 참여, 자신의 딸에게 최고 점수를 주며 최종 합격시켰다.
부산은행은 금고 유치를 위해 청탁받은 지원자 점수를 조작하고 광주은행은 거래처 유지를 위해 탈락자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키기도 했다. 부산은행은 경남도금고 유치를 위해 경남발전연구원장의 자녀의 점수를 단계별로 조작해 부정 채용했다. 또 부산시금고 재지정을 앞두고 부산시 세정담당관의 아들의 채용 청탁을 받아 재유치에 대한 대가로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사진=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제공/연합뉴스]
신한銀까지 채용비리 휩싸여
실무 면접 최하위 등급에도 최종 합격
이외에도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5월 금감원으로부터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참고자료를 이첩받아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측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직원에게만 부적절한 특혜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당시 현직 임직원 자녀가 5건이 있으며 외부 추천으로 7건이었다.
이 지원자들은 전 금융지주 최고경영진 관련인이나 지방 언론사 주주 자녀, 전 고위관료 조카, 금감원 등으로 표기됐으며, 서류 심사 대상 선정 기준에 맞지 않고 실무 면접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지만 최종 합격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해 신한카드 채용에서 합격선에 이르지 못한 신한금융 임원 자녀에게 서류 전형 특혜를 제공하거나, 신한생명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공점수 배점을 8점 만점에서 10점으로 올려주면서 합격 처리하는 등 서류 전형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정황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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