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
[데일리매거진= 이상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공정위)가 협력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유용했던 두산인프라코어에 약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 23일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약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A사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B사에 A사의 도면을 넘겨 새 제품을 개발하도록 한 후 B사의 제품으로 납품을 받아 기존 가격보다 10%가량을 낮춘 두산인프라코어는 A사와 거래를 끊었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9월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적발 사례다.
기술 유용은 그간 공정위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었으나 김상조 위원장이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위는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지난16일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되자마자 가맹본부를 타깃으로 잡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으로 가맹본부를 갑, 점주를 을로 규정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적지 않지만 밀어붙일 기세다. 지난달에는 “대주주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9일 취임 400일을 맞은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기업을 옥죈다’는 보수진영의 불만과 ‘기대했던 개혁 속도에 못 미친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이 공존한다.
관심은 오는 2020년 완성되는 그의 재벌 개혁 밑그림이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특정 대기업 일가의 전횡 방지’라는 2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현안이 워낙 많은 데다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는 2020년 6월까지 임기(3년)를 무난히 채울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매한 지시를 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라며 독려해 직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론 대기업의 공익재단과 지주회사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핵심은 부당 내부거래 차단이었다. 내부거래는 외부 경쟁자 입장에선 기회의 상실이다. 대기업의 상당수는 비상장·비주력 계열사를 만든 뒤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 이면엔 승계 자금 마련이란 목적이 존재하는데 내부거래를 잡으면 승계 문제도 양지로 꺼낼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일성대로 김 위원장은 ‘갑을’ 관계와 불공정 거래 차단에도 천착했다. 미스터피자·대한항공 등 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온 상황과 맞물렸다. 환경개선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긴 프랜차이즈, 단가 인하와 부품 밀어내기 사례 등을 적발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사익편취에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재벌 지배구조 문제는 측면을 공략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은 개혁의 대상인 동시에 소중한 자산”과 같은 유화적 언급을 많이 했다. 특정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특별위원회를 앞세워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편안에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하는 방안, 지분율을 통해 사익 편취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건건이 지배구조를 문제삼으면 임기 내 교통정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의 ‘동시다발적 몰아붙이기’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A교수는 “기업마다 주력 사업의 특성과 여건이 다른데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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