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51) 감독이 연일 한국 영화계를 맹공하고 있다.
김 감독은 15일 '한국 영화계에 고하는 김기덕 감독의 외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할리우드는 물론 국산 블록버스터까지 대작들에게 독식당하다시피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멀티플렉스의 의미가 뭔가. 여러 관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자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 극장 문화가 그런가? 인터넷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어렵게 갔는데 다른 영화가 없어서 할 수 없어 걸려있는 두 세 개 중에 하나의 영화를 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외화, 한국영화를 가리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알기로는 '퀵'이라는 영화도 ('고지전'과) 서로 경쟁하다 (개봉일을) 앞당긴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 영화들이 사전 유료시사로 잡은 극장들은 보통 저예산 영화들이 꿈도 꿀 수 없는 수이다. 분명히 잘못됐고 그 안에서 피해를 보는 영화들은 개봉 룰을 지키며 노심초사하는 작고 힘없는 영화들이다"고 짚었다.
특히 "'소중한 날의 꿈'은 극장 수와 관객 수가 정말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그 영화 제작기간이 십년이라는데 지금 사전 개봉하는 영화들이 그 정도로 고생했나? '풍산개'도 영하 15도에서 얼어 죽기를 각오하고 찍었다"고 말해 6월23일 개봉했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밀려 사실상 종영 수순을 밟고 있는 국산 만화영화 '소중한 날의 꿈'(감독 안재훈·한혜진)의 사연, 자신이 제작한 '풍산개'(감독 전재홍)의 힘들었던 제작 여건과 개봉 후 현실을 거론했다.
김 감독은 "이것은 문화의 일방적인 조종이고 결국 국민은 단순 문화의 노예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도 영화인도 언론도 관객도 아무도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당사자인 이름 있는 영화인들과 배우들이 이 심각한 사실을 외면한다. 그렇다면 그들도 그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김 감독은 최근 '트랜스포머 3'의 국내 상영관 독식 문제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2200개 극장에 1400개, 60%가 걸리는 것은 그 영화를 수출하는 미국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고, ('트랜스포머3'의 상영관 비율이) 미국에서도 10% 좀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극장 규모보다 큰 제작비를 들였다면 아시아 또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지 이렇게 한국 극장을 독식하는 건 다른 중·저예산 영화의 씨를 말리는 것이다."
이어 "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위험한 신호가 오고 있는 것이고, 어느 순간 수술이 불가능해진다"며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입으로 잘 먹으면 뭐하나?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먹어야 할 문화의 양식이 부족하면 미래는 추해진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14일 발표한 성명서가 자신의 곁을 떠난 제자 장훈(36) 감독과 20일 개봉을 앞둔 '고지전'(제작 티피에스컴퍼니·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부 언론이 성명서에 대해 개인의 인신공격성으로 기사를 쓰는데 불구경 하는 마음으로 쓰지 말고 다시 잘 읽어 보기 바란다. 분명히 진심으로 개봉을 축하했고 그들이 떠날 때 해체된 '돌파구' 멤버를 다시 살려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것이 어떻게 인신공격인가. 그 뼈까지 아픈 감정을 조절하느라 수없는 어둠과 싸우고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을 이렇게 비틀어도 되는가?"
또 "장훈 감독의 고지전이나 저의 풍산개나 우리 민족의 고통스런 전쟁의 아픔에 대한 것이다. 왜 영화 안에서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영화 밖에서는 투견장을 만드는가"라면서 "칸에서 '아리랑'을 보고 아리랑 백분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 사람이 있는가? 상을 준 일곱 명이 심사위원이 인신공격 상을 준 것인가? 당장 기자 시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지난 5월 제64회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신작 '아리랑'이 공개된 뒤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재차 불만을 표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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