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신력 잃은 교육과정평가원, 이대론 안된다!

미선택 / 배정전 / 2011-07-25 12:44:58
허위 확인서 쓰고 시험 출제, 시험관리 너무 부실하다!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한 시험업무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위탁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시험관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2008~2011학년도 평가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했다. 대입 수능과 고입선발고사 출제과정에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부당하게 참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4년간 대입 수능 출제과정에 부적격자 11명이 '수능 응시 자녀가 없다'는 허위 확인서를 쓰고 참여했다.

또한, 비평준화 지역 고입선발고사에서도 5명의 교사들이 자신의 자녀가 응시할 시험의 출제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제 규정상 수험생 자녀가 있는 교수나 교사의 참여가 금지되어 있는데도 평가원은 허위 확인서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고입과 대입의 당락을 좌우하는 국가시험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허위 확인서'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 수험생 부모를 출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문제의 사전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통상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정되면 합숙에 앞서 2~3주 신변정리 기간을 갖는데, 이때 출제경향이나 문제유형을 자녀에게 알려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4년 출제과정 참여자 가운데 허위 확인서를 쓴 부적격자가 적발됐다. 이는 해당 출제·검토 위원이 고의적으로 허위 기재했거나, 해마다 수백명의 출제요원을 확보해야 하는 평가원 측이 관행상 임의로 확인서를 조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평가원은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출제·검토 위원의 가족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일 터이고, 허위를 묵인했다면 시험 사전유출을 방조했다는 뜻인 까닭이다.

이번에 적발된 수능과 고입선발고사 출제과정의 부적격자 비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사전유출 가능성도 없어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며 유야무야 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고입과 대입의 국가시험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지난해 수능의 샤프펜슬 불량도 평가원의 관리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평가원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평가원의 부실한 관리를 4년이나 방치한 교과부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교과부와 평가원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신을 씻어주는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부적격자의 참여 경위를 철저히 추궁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시험관리의 공신력을 떨어뜨린 평가원에 대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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