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2001년 전세계를 경악케한 9.11 테러 후 프랑스 르몽드지는 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이같이 달았다. 당시 이 머릿기사는 테러의 광기에 미국인은 물론 프랑스인과 전세계 시민의 규탄과 연대의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10여 년이 흘러 지난 주말 노르웨이에서 9.11 테러 후 비이성적 극단주의가 또 다시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32)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특히 분노케한 것은 무슬림 이민자 급증과 이로 인한 유럽의 다문화주의화였다. 그는 다문화주의에 대항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2년여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브레이빅은 테러 직전 '2083:유럽 독립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이론적 근거에 힘입어 노동당 캠프장까지 찾아 청소년들에게 조준사격을 가하는 끔찍한 '테러'를 저질렀다.
이번 테러에서 주목할 점은 대표적 열린 사회이자 노벨평화상 시상이 이루어지는 등 평화국가로 분류되던 노르웨이에서 이런 광기가 자란 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다문화주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브레이빅을 통해 무고한 생명의 희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다문화사회를 건설해 함께 공존하자는 접근법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다문화주의를 추구한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등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인정한 대목이다. 결국 다문화주의는 경제침제와 맞물려 빈부격차와 복지 문제 등으로 내분을 일으키며 브레이빅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노르웨이인이다'. 테러와 비이성적 극단주의에 우리 역시 우려와 경계심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의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이민자,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브레이빅을 '괴물'로 만들었다면 우리 땅에 '제2의 브레이빅'이 출연할 가능성은 역시 존재한다. 25일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반다문화주의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는 '다문화가정을 결사반대한다', '한국도 10년 뒤면 노르웨이처럼 된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들은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해 '사랑이 아닌 돈을 위해 결혼했다',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에 대해서는 '방구' '파퀴벌레' 등으로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특히 '핫뉴스'라는 이름의 블로거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끌어온 무슬림들이 주객전도 식으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복지 혜택은 다 누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10년만 지나면 노르웨이 꼴 난다"는 글을 남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15만 무슬림 가운데 10만명가량이 노동자다.
또한 극단주의적 성격이 짙은 이들 블로그와 사이트들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한국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반다문화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다문화정책 철폐'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와 다문화바로보기실천연대 회원들은 지난 4월 국회 김선동 의원이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모자법'에 대해 "불법체류자 자녀들도 교육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항의 방문을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이들 단체 회원 수십명이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을 찾아가 재한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 및 엄격한 처벌과 관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자민족 중심주를 바탕으로한 극단적 극우주의의 폐단은 '노르웨이의 비극'을 통해 충분히 가늠하고 남는다. 때문에 대한민국 역시 극단적 극우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특유의 극우는 반공으로 대표되는 '색깔론'과 종교적 편견에 기인한 종교적 근본주의를 들 수 있다. 비이성적 극단주의가 이들 극우주의와 합해진다면 그 결말은 끔찍하다.
오는 10월 3일은 단기 4344년, BC 2336년으로 한민족이 시조로 받드는 단군왕검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개천절이다. 개천(開天)이라는 본뜻을 따지면 이보다 124년 앞선 BC 2460년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백두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뜻을 펼치며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한 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마디로 신화와 역사가 뒤엉킨 것이 한민족의 단일민족론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시대에 발맞춰 우리 역시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을 포용하는 '다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 땅에서 '제2의 브레이빅'의 출연을 막기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