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홍준표호(號)가 새롭게 출범한지 25일이 지났다.
취임 한 달을 앞둔 홍준표 대표는 그동안 안에서는 당직인선을 통한 세력 개편과 당·청 관계 재정립, 밖에서는 친서민 대외행보에 주력하며 바쁜 정치일정을 소화했다.
최고위원들과 당직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홍을 겪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홍 대표는 주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국회에서 개최하는 등 예고했던 '당 선도론'을 일정 부분 실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사무총장 끝나니 지명직 최고위원…산 넘어 산
홍 대표는 지난 12일 신임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정권 의원,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에 각각 이범래, 김기현 의원 등을 임명하는 당직 인선안을 강행했다.
계파와 지역을 아우르며 압도적인 지지로 전당대회에 당선된 홍 대표였지만, 당직인선 과정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최고위원과 친이(친이명박)계 원희룡 최고위원 양쪽의 반발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기자회견을 갖고 홍 대표의 당직 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나머지 당직은 철저하게 계파 배분 원칙이 우선됐다. 사무1부총장은 친박계 이혜훈 의원, 사무2부총장은 친이계 이춘식 의원이 임명됐고, 여의도연구소장직은 쇄신파 정두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일단락된 듯 보였던 당직인선은 이번엔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불거졌다.
홍 대표는 27일 호남권 대신 충청권 인사 2명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제안을 했지만,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홍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를 받을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며 호남권 최고위원 없이 충청 인사인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최고위원들뿐 아니라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까지 반대의사를 밝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시켜 인선을 저지할 수 밖에 없겠다는 것이 홍 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들 전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가 지도력을 스스로 손상시키는 인사를 하면 안된다"는 다른 인사의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것이 홍준표 체제'…당 주도의 과감한 민생행보
홍 대표는 취임 이후 거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외부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5단체장 등 정재계 인사를 만난을 뿐 아니라 한국노총, 참여연대, 조계종 등 노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까지 빼놓지 않았다.
이 와중에 충남 논산 수해지역과 서울 수유 전통시장 등 현장 방문과 더불어, 한나라 포럼 강연과 관훈클럽 토론회, 각종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25일 홍 대표 주재로 열린 당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는 김수한 상임고문이 "역대 당 지도부 중 이례적으로 취임 이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당의 원로들과 모임을 만들었다"며 "겸손하고 감동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회 국빈식당에서 고위 당정회의가 소집되면서 청와대와 정부 주도의 당·청·정 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대표는 이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했다고 해도 국회가 이를 완결짓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우여곡절 끝에 취임 첫 달을 넘긴 홍준표호는 8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북한인권법 처리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대외행보 보다는 당내 장악과 여야 협상 정치에 무게를 둬야하는 시점이다.
새로 맞게 될 그의 시험무대는 민생현장이 아니라 바로 국회인 셈이다. 홍 대표는 여름휴가 기간인 다음 달 초 한 주 동안 8월 임시국회와 남은 당직인선 문제 등에 대한 장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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