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에서 '적절한 대응'은 필수적이다. 사안의 성격과 중요도에 따라 그에 상응하게 대응해야지 지나치게 굽실거리거나 업신여기는 과민 반응을 하면 결과적으로 국익이 심각한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신도 요시타카 등 일본 자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방한 시도와 관련한 우리의 대응에는 되짚어 볼만한 요소가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극우성향을 지닌 일본 야당 중·참의원 3명이 한국 정부의 사전 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개인자격'으로 김포공항까지 왔다가 강제로 출국당한 것이다. 이들의 방문 예고로 이미 한국의 여론이 격앙되어 불상사가 우려될 뿐 아니라 국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의 대응은 적절한 조치였다. 일부에서는 양국 사이의 외교적 긴장을 우려하지만 이들에 대한 강제 출국 조치는 외교 사안이 아니라 단순한 법집행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대응방향을 직접 지시하고,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들의 방문을 저지하겠다면서 독도까지 간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일본 정부나 권위 있는 단체가 아닌 일개 의원들의 울릉행 기도에 국가원수와 국무위원이 전면에 나선 것은 격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이번 사안을 키우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국가로서 서로 국익을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동북아는 미국의 퇴조와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안보환경이 변화를 겪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일본의 국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주변 상황이 한·일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또 양국 경제관계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경제적 관계에 대한 두나라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소동이 생긴 것은 한·일이 처한 상황을 생각할 때 불행한 일이다.
정부의 대일 외교 기본자세는 '맞춤형'이 될 필요가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도발적 행태를 보일 때마다 그에 상응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함으로써 일본에 외교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최선이다. 예를 들어 이들 의원이 자신들의 방한 실패를 외교적 쟁점으로 비화시키려고 할 경우에는 외교적 사안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그들의 주권 무시 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에 항의해야 한다.
조만간 일본 정부가 내놓을 방위백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원칙 있는 대응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일본 각계와 접촉면을 넓히고 심화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자산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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