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밝혀낸 것 없이… 국회·검찰 싸움 변질

미선택 / 배정전 / 2011-08-07 15:18:05
일주일 남은 국정조사 특위… 사실상 '허망한 쇼'로 막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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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여야와 검찰 간의 "회의장에 나와라" "못 나간다"는 다툼으로 변질된 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특위는 5일 박용석 대검차장 등 검찰간부 6명에게 국회 출석을 요구하는 동행명령장을 보냈다. '부실 국정조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여야가 '검찰에 화살 떠넘기기'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 검찰은 "국회가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국회, 검찰 간부 6명 동행명령 불응하자 "모욕죄로 고발"
국정조사 성과 아무것도 없어… '檢에 화살 떠넘기기' 비판도

이날 검찰 간부에 대한 동행명령장은 지난 6월 29일 국정조사 특위가 시작된 지 38일 만에 여야 전원 합의로 나온 첫 조치다. 국회 직원들은 이날 동행명령장을 들고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와 서울중앙지검, 광주·울산 지검과 목포지청으로 달려갔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국정조사 관련법을 보면 (국회가) 소추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지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며 "수사 내용에 대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두아 의원도 "수사권은 검찰에 독점된 게 아니다. 국회의 규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위는 이날 불참한 검찰 간부 6명을 국정조사 불출석 죄 및 국회 모욕죄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키로 했다. 특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사도 제대로 못 한 검찰이 특권의식과 권위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로 하여금 검찰 고위간부를 조사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인 쇼일 뿐 실효적인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국회는 2003년 국정조사에 불참한 검찰간부 2명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었다.

정두언 특위 위원장은 "국정조사 성과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나 예금 부당인출 문제 등에 대해 밝혀낸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는 여야가 증인채택을 놓고 갈등을 빚느라 특위 출범 23일 만에 가까스로 통과됐고 검찰에 대한 문서검증과 기관보고는 파행으로 끝났다. 이견 없이 채택된 60여명의 증인에 대한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다.

특위는 12일까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세우기로 했지만 합의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에 대해 정부가 선(先) 보상한 뒤 저축은행 은닉재산을 환수해 메우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기관 및 고액 투자자 등을 제외한 일반 서민에 대해 우선 보상하는 내용의 피해자 보상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정치권이 화풀이… 수사 진행중인데 왜 압력 넣나"
정관계 로비·예금 부당인출… '수사 실적 全無' 비난 거세

검찰은 이날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동행명령에 대해 "저축은행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동행명령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이 수사에 관여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재판 중인 판사에게 국회에 출석하라는 것과 같다"고 했고, "정치권이 검찰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 5개월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는 내놓지 못하면서 '수사 관여 불가' 논리를 방패 삼아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수사상황에 대한 설명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지난 3월 저축은행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동안 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직원,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파헤쳤지만, 박태규씨 등 저축은행 핵심 브로커를 놓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 예금 부당인출 액수가 85억원뿐이라는 수사 결과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특임장관조차 "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도 못 믿겠다"고 비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한 7월 이후엔 수사 실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왜 이리 지지부진하느냐. (해외 도피한) 박태규는 안 데려오는 거냐, 못 데려오는 거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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