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재판 판사 폭소입담 "통역이 나보다 일당 비싸다"

법원 / 배정전 / 2011-08-09 12:12:37
최인석 부산고법 부장판사 2004년엔 노건평 씨에 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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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석해균 선장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기소된 소말리아 해적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8일 부산법원 301호 대법정)은 1심과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국민참여재판이었던 1심 재판과 달리 일반 재판으로 진행된 이유도 있지만 재판장인 부산고법 형사1부 최인석 부장판사(54·사법시험 26회·사진)의 입담 덕분이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재판은 소말리어 통역인이 부산행 고속철도(KTX)를 늦게 타면서 1시간 반가량 지연됐다. 최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 주연이 저인 줄 알았는데 다른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첫 ‘웃음 포문’을 열었다. 재판이 시작됐지만 통역인이 도착하지 않자 그는 “오늘 지각한 소말리어 통역인도 판사 생활 25년 경력인 저보다 일당이 비싸다”고 말해 방청석 곳곳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이어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만 19세인 아울 브랄라트가 조리 있게 말을 하자 그는 “우리나라의 1992년생이 이 정도 얘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요리사 역할을 한 압둘라 후세인 무함마드가 5분 넘게 최후 진술을 하자 “음식을 요리하는 게 아니라 말을 요리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소말리아에서 정치할 사람인지 물어봐 달라”는 농담도 건넸다. 무함마드가 “한국 구치소에서 생활하니 치료도 받고 삶의 질도 좋아졌다”며 또다시 길게 진술을 하자 “말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해 방청석에서 또 한번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는 창원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측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대통령 친인척이 폼 내고 살면 그 부담이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만큼 처신을 조심해 물의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며 3분 동안 훈계를 하기도 했다. 재판 직후 그는 건평 씨에게 항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또 비슷한 시기 ‘누님들’이라는 말을 써 가며 소송 당사자들을 화해시켜 지역 법조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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