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이변의 연속이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결과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27일 개막일부터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대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건 스티븐 후커(29·호주)가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후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예선에서 5m50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다. 우승을 자신했지만 탈락 후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며 쓸쓸히 짐을 쌌다.
후커는 시작에 불과했다.
남자 단거리 세계 최강자인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따 논 당상이라고 여겨졌던 남자 100m에서 부정출발로 실격 당했다. 트랙을 달려보지도 못한 채 믹스트존을 향해야 했다. 금메달은 자메이카대표팀 후배인 요한 블레이크(22)가 어부지리로 챙겼다.
볼트의 실격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부정출발 단번 실격 규정에 대한 논란으로 퍼져 후폭풍이 대단했다. 현재까지 이어진다. 볼트 외에 남자 100m의 드웨인 챔버스(33), 여자 400m의 크리스틴 오후루구(27·이상 영국)도 실격에 발목을 잡혀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단거리에서 볼트가 이변의 희생양이었다면 장거리에서는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가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베켈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만m 5연패에 도전한 장거리의 황제다. '장거리계의 볼트'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1년의 부상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1만m 결승 도중 기권했고 5000m는 아예 출전을 포기했다.
남자 100m와 함께 대회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남자 110m 허들에서도 예상치 않은 변수로 선수들의 메달 색깔이 바뀌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과도 놀라웠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였지만 마지막 허들 2개를 남기고 옆 레인 류샹(29·중국)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IAAF의 판정으로 실격처리됐다.
3위였던 류샹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제이슨 리차드슨(25·미국)은 로블레스-류샹의 몸싸움(?) 덕에 행운의 금메달을 챙겼다.
연이은 이변으로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는 말도 나돌았다. 대회조직위원회가 발행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에서 표지를 장식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격 당하거나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다. 후커, 볼트, 로블레스 모두 그랬다.
30일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이었지만 그래도 믿었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도 다르지 않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27번이나 갈아치운 이신바예바는 4m75에서 한 차례, 4m80에서 두 차례 바를 넘지 못해 2009년 베를린대회에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이신바예바 천하'가 끝나가는 분위기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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