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북한 조선중앙TV가 30일 저녁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소개하는 28분 14초짜리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김정일 특별 열차의 응접실 내부 모습을 두 차례 공개했다.
응접실 내부를 촬영한 첫 화면은 영상 시작 1분 55초 만에 나온다. 특별 열차가 지난달 20일 오전 북·러 국경을 통과해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일행이 정차한 기차에 올라 김정일과 환담하는 모습이 방영되는 50초 동안 응접실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소 좁아보이는 응접실엔 김정일 집무용으로 추정되는 원목 책상과 의자, 열차 길이 방향으로 놓인 베이지색 소파와 대리석 탁자가 놓여있다. 바닥에 깔린 마루는 광택이 좋아 대리석으로 착각할 정도다. 대북 소식통은 "가구들이 소박해 보이지만 모두 해외의 가구 장인들에게 최상급 재료로 주문 제작시킨 사치품"이라고 말했다. 차창엔 반투명 버티컬 블라인드를 설치해 외부에서 내부를 보기 어렵게 했다.
책상 뒤쪽 벽에는 한반도 지도가 표시된 대형 전자 모니터가 걸려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특별 열차의 이동 경로와 주변 지도가 모니터 위에 나타난다"며 "객차 내부 너비를 2.5m 내외라 보면 모니터 크기가 40~50인치쯤 돼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이 모니터로 영화 감상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접실 내부 모습은 영상 시작 15분 26초 만에 다시 등장한다. 바이칼 호수 유람을 마친 김정일이 특별 열차 안에서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 대통령 일행과 담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응접실 내부를 20초간 살펴볼 수 있다.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밀착 수행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당시 러시아 대통령 전권특사는 2002년 '동방특급열차'란 책을 통해 김정일 특별 열차의 내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 특별 열차는 소련의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이다. 열차엔 위성 항법 시스템과 위성 전화가 설치돼 있어 김정일이 열차 여행 중에도 본국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특별 열차는 '달리는 특급호텔'로 불릴 만큼 안락하다. 방탄 설비가 된 김정일 특별 열차엔 응접실 외에도 회의실과 최고급 침실 등이 구비돼 있다. 전용칸 바닥은 방탄 철판을 깔아 폭발물이 아래에서 터질 경우에도 안전하게 만들어졌다. 총 20량 내외로 편성되는 특별 열차 중 4량은 의료진과 의료 장비용으로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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