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개입 길 열려

미선택 / 배정전 / 2011-09-01 12:46:00
공동조사권 강화…韓銀 위상 높아져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극적으로 지난달 31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논의를 벌인 뒤 23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47표, 반대 55표, 기권 36표로 한은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당초 한나라당이 한은법 개정안 8월 임시국회 처리 불가와 9월 정기국회 상정을 고집해 상정조차 불확실했지만 민주당이 한은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예산결산위원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압박해 어렵사리 이날 표결 처리가 가능해졌다. 당초 한은이 원했던 단독조사권이 빠져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은 입장에서 한은법 개정안 통과로 자산건전성 강화 분야에서 상당한 책임과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한은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에 `금융안정 유의 포함`이라는 자구를 포함시킨 것.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 안정 기능을 중앙은행에서 맡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료조사권이나 지급준비제도 등 여러 가지 길을 열어준 것이 큰 변화다. 단독조사권은 포기했지만 공동검사의 기한을 정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공동조사권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이 금융회사 공동검사를 원하면 금융감독원이 공동조사에 착수해야 하는 의무기간을 한 달로 시행령에 명시하기로 했다.

1년 9개월간 끌어온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국은행의 역할과 책무가 대폭 확대되고 위상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물가관리 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공동조사권도 강화돼 금융권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직과 인력도 대폭 확대된다.

당초 한은이 강력하게 원했던 단독조사권은 빠졌지만 개정 한은법에는 △금융안정 책무 명시 △금융사 공동조사권 강화 △자료제출 요구권 확대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등 한은 권한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금감위ㆍ금감원 등 금융정책 당국이 금융시장 정책기능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한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은은 매년 2회 이상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중수 총재는 "어떤 조직의 역할을 다른 조직이 가져간다는 식의 비유는 적절치 않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룸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금융회사 공동조사권도 강화된다. 지금도 한은이 공동조사권을 갖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권을 발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한은이 공동조사권을 요구하면 1개월 내에 조사에 응하도록 대통령령에 명시했다.

정보접근성도 커진다. 지금까지 한은의 자료제출 요구 대상은 시중은행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앞으로 한은이 감독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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