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1% '애정남' 최효종 이원구 류근지 신종령…왜

미선택 / 뉴시스 제공 / 2011-09-01 12: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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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상황들의 기준을 정하는 남자'들도 일상의 애매한 상황에서는 별 수 없다.

KBS 2TV '개그콘서트-애정남'에 출연하는 개그맨 최효종(25), 이원구(28), 류근지(27), 신종령(29)은 최근 심부름 적격자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신종령이 "심부름 시킬 때 애매합니다. 보통 제가 하죠"라고 말하자 최효종은 "심부름 시키고 싶은데 코너가 끝나고 하려구요"라고 맞섰다. 최효종의 선전포고에 신종령은 "이 코너가 끝나기 전에 호칭도 없애야겠어요"라고 한 술 더 떴다.

애매한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최효종은 팀내 최연소이나 개그맨 데뷔 5년째다. 반면 신종령은 팀내 최고령자나 데뷔 2년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상과 일터에서 선후배를 구분하기가 '애매'하다. 또 다른 멤버인 이원구는 최효종과 '짬밥' 수가 같은 5년차, 류근지는 나이와 연차가 중간인 3년차 개그맨이다.

그러나 '애정남' 코너에서의 상황은 정반대다. 이들은 '헤어진 지 얼마가 지나야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나', '아줌마의 기준은 무엇인가', '극장의 팔걸이는 어느 쪽이 자기 것인가' 등 일상의 별의별 애매한 상황들에 대해 속 시원하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사건,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우리나라 정부 등 애매한 상황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안겨준다. 성인남녀에게 두루 어필하고 있는 이유다. '∼까잉, ∼다잉'이라는 최효종 특유의 말투, 신종령의 "이렇게 정해졌으니 ~하십시오"라는 정리말투 등으로 10대들의 마음 역시 사로잡고 있다.

멤버들은 '애정남'의 인기요인으로 무게감 있는 개그, 객석과의 쌍방향 소통, 토론의 여지가 있는 소재 등을 꼽았다. 최효종은 "개그도 유행이 있어요. 올해 초에도 얘기했는데 특히 요즘엔 소통이 키워드죠"라고 강조했다. "시청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못하는 개그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다.

"개그는 우리끼리 하는 게 아니에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개그를 선보여야 시청자들이 우리 개그를 다시 찾아서 보게 되는거죠. '애정남'은 쌍방향 소통이 될 수 있는 코너이기 때문에 역으로 시청자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개그콘서트'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시청자 의견을 접수하며 쌍방향 소통을 강화했다. 신종령은 "시청자들이 살면서 겪은 애매한 상황을 올리면 살펴보고 있어요. 방송에서 애매한 상황을 해결해 주면서 의견을 낸 시청자 이름도 소개하고 있어요"라고 알렸다.

'애정남' 출연진의 시청자들과의 소통은 각자의 특화된 개그로 한층 빛을 발한다. 고향이 광주인 신종령의 말투를 개그콘셉트로 완벽하게 소화해낸 최효종, 애매한 상황들을 스케치북에 간단명료하게 정리, 이해가 쏙쏙 되게 돕는 이원구,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이는 사회자 류근지, 기준이 정해지면 이를 공표함과 동시에 애매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비법을 알려주는 신종령 등의 찰떡호흡 덕이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리던 최효종이 지난달 말 휴식차 '개그콘서트' 무대를 잠시 떠나있던 중 우연찮게 기획된 코너다. 최효종은 "새벽에 허리가 아파서 누워있는데 종령이가 와서 안마를 해줬어요. '살면서 애매한 게 참 많다. 그런데 나라마다 다르니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우리가 정하자'고 해서 탄생한 게 바로 '애정남'입니다"고 전했다. 신종령은 "요건 최효종 선배랑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었죠"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최효종이 류근지, 이원구와 선보인 '착한척 하지마' 코너의 재탄생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 코너에서 '아줌마인지 할머니인지 애매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할까 말까'를 두고 개그를 선보였다. '애정남' 방송 첫회에서는 신종령이 가세, '지하철에서 임신부와 할머니 중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를 소재로 삼아 웃음을 유발했다.

이들 넷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애정남' 외에 소극장의 스페셜 공연 무대도 함께 하고 있다. '애정남'의 소재나 아이디어도 평소 살을 부딪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발굴해오고 있다.

신종령과 류근지는 "코너를 무대에 올리면 많이 나오는 게 최효종 선배의 애드리브에요"라고 증언했다. 최효종은 "관객들이 반응하면 재미있는 애드리브가 나와요. 소극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을 기억해 놨다가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해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원구는 "멤버들이 브레인 스토밍이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멤버 모두를 추어올렸다. '개그콘서트'의 또 다른 코너 '그땐 그랬지'의 쫄쫄이 군단 맏형 이원구는 이날 이 코너를 촬영하다 부랴부랴 모습을 드러냈다.

전관 예우가 통하지 않는 곳이 '개그콘서트'다. 개그가 함량미달이거나 시청자 반응이 싸늘하면 무대에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애정남'은 일상이 소재인 만큼 소재고갈 염려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또 첫회부터 반응도 좋아 롱런 욕심이 날 법하다. 최효종은 "운동선수들의 실력을 판단할 때 토털 기록을 보듯 코너 역시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주 웃길만한 소극장 공연용 코너는 많거든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그콘서트'는 코너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애정남' 출연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봉숭아 학당'의 '간꽁치'에서 '애정남'의 '정리남'으로 돌아온 신종령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즐겁게 하고 있어요. 코너를 같이 짤 사람을 찾는 것보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거든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다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원구 형 같은 경우는 우리 팀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어요. 회의가 새벽 다섯시까지 이어지면 지칠 때가 있는데 선배님이 유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겨주세요."

최효종은 "즐겁습니다. 우리가 즐겁게 개그를 짜면 시청자들도 즐겁게 봐주는 것 같아요. 단언컨대 회의하고 싶지 않은 날이 없어요"라고 행복해했다. "저희들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즐거워 보일 거에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1퍼센트도 안 된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희들은 상위 1퍼센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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