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역·연령·지지정당에 관계없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관심은 돌풍이 지속될지 여부다. 안 원장이 5일 ‘반한나라당 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첫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안 원장의 지지도는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보도된 국민일보·GH코리아(지난 3일, 서울지역 유권자 500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응답자 중 36.7%의 지지를 받았다. 중앙일보·한국갤럽(3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6명) 조사에서는 39.5%,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리얼미터(4일, 서울지역 유권자 1000명) 조사에서는 37.4%였다. 조사마다 2위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7.3%, 13.0%, 14.2%)을 2배 이상 앞섰다.
범야권 단일화 여부도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안 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가상한 3자 구도에서 그는 45.3~55.4% 지지로 1위였다. 한나라당 나 최고위원과의 양자 구도에서는 58.3~63.0%의 지지를 얻어 격차가 3배 가까이 됐다.
안 원장은 대부분의 조사 항목에서 다른 후보군을 압도했다. GH코리아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 성향 172명 중 69명(40.2%), 민주당 지지 성향 101명 중 63명(62.2%)이 안 원장을 지지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 199명 중 127명(63.6%)도 안 원장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인 강남지역(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서도 그의 지지율은 62.9%로, 나경원 최고위원(22.4%)보다 3배가량 많았다.
연령별 조사에서도 60대 이상에서만 32.2%로, 나 최고위원(41.1%)에 8.9%포인트 밀린 2위였다. 무당파·중도층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강세인 50대, 서울 강남까지도 지지권이 넓다는 뜻이다.
초반 대세론을 보이는 안 원장의 지지도는 반한나라당 선언으로 1차 조정을 받을지 주목된다. 안 원장은 이날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 응징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역사가 발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이후 한나라당이 다시 당선될 수 있다는 여론 흐름을 보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 나라도 나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 의사 표현을 자제하던 안 원장이 ‘반한나라’를 공식 선언한 데 대해 한나라당 지지층이 어떤 반응을 보이냐에 따라 그의 지지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그러면서 출마를 검토 중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5)와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가 시민후보로 분류되고 실제 야권 후보단일화의 대상이라는 점도 한나라당 지지층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안 원장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견고하고 강한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이 여도, 야도 아닌 무소속을 선택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다면 향후 여야 양쪽으로부터 강도높은 협공을 받게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높은 대중적 인기에 비해 정치적·정책적 검증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초반 돌풍을 “단순한 거품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솔선수범으로 사회적 역할 모델이 된다는 점이 기존 정치권 인사와 구분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50일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정치공세에 짧게 노출되고 서울시장 선거는 총선과 달리 ‘1인 선거’의 성격이 강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세력과의 관계설정, 기존 정치권의 견제, 외부의 철저한 검증, 베일에 싸인 안 원장의 인맥 등이 지지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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