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성기(32·NC)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프로야구 입단의 꿈을 이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성기는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9일 발표한 2차 트라이아웃 최종 합격자 22명의 명단에 포함된 직후 전화통화에서 "너무 기쁘다. 이렇게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다.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성기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동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깜짝 입단한 정성기는 이듬해 산하 싱글 A팀인 로마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1승 4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입지를 굳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돌아온 정성기는 강원도 화천 최전방에서 일반병으로 2년을 복무하며 야구계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제법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의 자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2008년 복귀를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해외 진출 선수 복귀 규정에 발목이 잡혀 또 다시 2년을 보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모교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온 정성기는 NC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와 연을 맺게 됐다.
정성기는 "내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메이저리그는 가지 못했다. 아마도 여러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입단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문왕식 스카우트가 큰 도움이 됐다. 4월부터 매일 찾아와 몸상태를 관리하시고 이를 구단에 보고하셨다. 저 때문에 잠도 거의 못 주무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5일부터 마산구장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참가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루 전 순천에서 마산으로 이동하던 그는 타고 있던 버스가 구르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성기는 "당시 버스에 좌석이 없었다. 하지만 마산에는 꼭 가야해 맨 뒷좌석 가운데에 끼어 앉았다"며 "사고가 나기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사고 직전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눈에 띄는 큰 부상이 없음을 확인한 정성기는 병원행을 뿌리치고 마산구장으로 향했고 결국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성기는 "트라이아웃 때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다 잘 되려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NC는 2012년 2군 리그를 거쳐 2013년 정식으로 1군 리그에 합류한다. 2년 7개월 간 정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정성기에게는 오히려 호재다. 물론 평소 동경하던 김경문(53)과 함께 하는 것도 그렇다.
정성기는 "2군에서 1년을 하는 것이 나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동계훈련을 충실히 하고 1년 간 몸을 잘 만들면 1군 무대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 프로팀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만으로도 설렌다. 공백이 많지만 반드시 이겨내겠다"며 "어떤 보직이든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하는 야구보다 잘 하는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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