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지난 15일 오후 3시 대한민국이 잠시 마비됐다. 사전 예고 없이 순환 정전이 시작되면서 영문을 몰랐던 국민과 산업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경제의 핏줄인 전력이 끊기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전력담당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15일 오후 3시 전력거래소가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갑자기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 시간 청와대에도 전력 중단 사실이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4700만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전력 중단이 청와대와 주무부처에 미리 보고되지 않고 전력거래소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뤄진 셈이다. 국가 위기 순간이 닥쳤을 때 상황 보고 및 의사 결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된 것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저녁 뒤늦게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참석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서면을 통한 사과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형식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 장관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개최된 콜롬비아 대통령 영접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의전행사였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느낀 당혹과 분노를 고려하면 과연 적절한 처신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지경부는 한술 더 떠 "당국에 피해 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다"거나 "30분 정도의 정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변명성 발표만 내놨다.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은 최근 사장 인선이 지연되며 경영 공백이 초래됐다. 한전 산하 발전 자회사들도 사장 선임 문제를 놓고 경영진과 노조가 대립하는 등 최근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안이한 전력 수요 예측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누구 한 명 나서서 명확하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당국이 이번에도 주먹구구식 변명에만 급급할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