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브로커 박태규씨(71·구속)가 부산저축은행 측에 언급한 로비 대상 3~4명의 실명을 확인함에 따라 이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박씨가 거명한 로비 대상에는 다음주 초 검찰에 소환될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54)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수석이 최근 1년 동안에만 박씨와 90여차례 통화하고 억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박씨가 정·관·금융계 로비에 뿌린 돈이 모두 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로비 의혹에 대해 함구해오던 박씨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30일 구속한 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16일 기소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퇴출을 막아주겠다는 명목으로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59)에게서 모두 1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을 보면, 박씨는 지난해 4~10월 10차례에 걸쳐 1억~3억500만원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서울 강남 일대 호텔 커피숍과 주차장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7억원 가운데 2억원은 김양 부회장이 반환을 요청해 올해 초 돌려줬으나 이 부분 역시 돈을 가질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 밖에 6억원은 개인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나머지 9억원이 로비에 쓰인 것으로 보고 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김 부회장에게 돈을 받으면서 로비 대상자의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공무원 등) 특정인 이름이 나왔는데, 이는 부산저축은행 측이 밝힌 것이 아니라 박씨 측에서 ‘누구를 잘 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박씨가 거명한 사람들이 실제로 통화가 잦았던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증거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에서 6개월 동안 10회에 걸쳐 돈을 받아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가 여러 차례 로비를 한 뒤 ‘성공’했음을 부산저축은행에 확인시켜 줬기 때문에 자금을 계속 건네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알선수재죄는 돈을 받은 것만으로도 성립하기 때문에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현 단계에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전체 맥락을 보고 상식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두우 수석이 지난 2월 영업정지 직전까지 1년 동안 박씨와 9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박씨로부터 “김 수석에게 수차례에 걸쳐 상품권 등 억대금품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부는 최근 김 수석을 출국금지했으며 다음주 초 소환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박씨를 기소함에 따라 로비 대상자 조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렇게 박씨가 직접 접촉한 사람들을 조사한 뒤 이들이 다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압력을 넣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도 ‘생물’이어서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10월 하순까지는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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