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인 50대 남성들이 경제위기 등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계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주력 계층인 소위 ‘58년 개띠’가 속한 50∼54세 남성의 ‘10만명당 자살자수(자살률)’는 2009년 62.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1989년의 15.6명보다 300% 증가했다.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경우 자살률은 1989년 5.2명에서 19.9명으로 283% 증가해 남성보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고 증가율도 낮았다.
다른 연령대의 남성과 비교해도 30∼34세의 경우 자살률은 1989년 13.5명에서 2009년 33.6명으로 149% 늘었고, 40∼44세의 자살률은 같은 기간 14.2명에서 41.6명으로 193% 증가했다.
이처럼 50대 초반 남성의 자살률이 유독 높아진 것은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의 201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에 대한 충동 여부와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남성의 44.9%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지병 11.3%, 외로움 11.0% 순이었다.
50대 초반 남성의 자살률이 경제 위기 때마다 가파르게 상승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자살률은 1997년 29.5명에서 이듬해 48.5명으로 급증했고,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2008년 47.1명에서 2009년 62.4명으로 뛰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50대 초반 남성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주력 계층으로 엄청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낀 세대’가 됐다”며 “가족의 생계를 돌보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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