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 성을 상품화하는 몹쓸 짓인가

사회일반 / 뉴시스 제공 / 2011-09-24 13: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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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는 “보수적 여성단체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것을 여는 것에 대해 한사코 반대한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기 때문이고, 같은 여성의 몸이라도 육감적 관능미에만 중점을 둬 미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한다.

이어, 이 두 명분을 반박한다. “남성 역시 자신의 몸매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나친 비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스코리아대회에 비해 미스터코리아대회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끄는 이유는 남성의 육체미가 여성의 육체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적은 남성중심의 사회구조가 여성들로 하여금 오직 몸의 아름다움 하나로만 신분상승의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움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출세와는 상관없이 남성과 여성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라고 짚는다.

“육감적 관능미가 어째서 나쁘냐?”며 고개를 갸우뚱 한다. “지성미라든가 정신의 아름다움 같은 것은 그 실체가 지극히 애매모호하다. 남자든 여자든 이성을 볼 때 우선 상대방을 성적 대상으로 파악하게 마련이다. 이는 인간 역시 동물의 일종인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육감적 관능미가 고전적 우아미를 압도하게 된 세태에서 정치·경제·사회학을 읽는다. “어느 정도의 민주화와 성해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성이 단순한 생식의 차원을 넘어 쾌락의 차원으로 확대되고, 쾌락을 위한 성에 대한 죄의식이 자유민주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고 진단한다.

또 “과거에는 쾌락을 위한 성이 소수 특권귀족의 전유물이었고, 고전적 우아미가 미의 기준처럼 된 것은 귀족적 특권의식의 산물이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발달은 성적 쾌락의 문제를 대중들의 행복추구권과 복지 및 인권의 차원에서 생각하도록 만들었고, 귀족적 아름다움에 맞서는 천박한 아름다움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육감적 관능미를 보편적 아름다움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또한 대중경제의 발달은 성의 문제 또는 성적 아름다움의 문제를 밥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시켰다”고 부연 설명한다.

이 같은 논리를 궤변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노골적인 직설은 점잖지 못하다는 인식이 현실 포장과 윤색을 요구한다.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사절(Korean Envoys For Peace, Environment, Children)’이라는 미스코리아의 정체 규정이 보기다. 그런 훌륭한 일을 수행할 위대한 여자는 미스코리아와 다른 환경, 교육, 가치관이 낳는다. 미스코리아는 어느 인종의 눈에도 예쁘고 늘씬하면 그만이다.

남성도 분류코드만 다를 뿐 상품이기는 마찬가지다. ‘남자는 능력, 정확히는 돈-여자는 외모, 즉 얼굴과 몸매’라는 경험법칙은 수용하기 싫어도 여전히 위세등등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배우자 지수’가 웨딩시장에 적용 중인 리얼리티다. 배우자감을 찾는 남녀를 사회·경제적 능력(직업 학벌), 신체 매력(키 몸무게 얼굴), 가정 환경(부모형제의 학력과 직업) 등으로 치밀하게 해부해 인덱스화한 숫자다.

얼마 전 브라질에서 제60회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가 열렸다. 89개 나라 미녀들이 나왔다. 세계인 10억명 이상이 시청한 이 미녀뽑기 쇼를 한국의 TV는 외면했다. 미국 NBC를 비롯해 호주,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프랑스,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코소보, 멕시코, 니카라과, 파나마, 페루,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 태국, 트리니다드토바고, 베네수엘라는 생방송했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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