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난달 11일 오후 10시쯤 서울역 계단에 앉아 있던 2급 지적장애인 ㄱ씨는 얼굴을 알고 지내던 정모씨(39)가 오토바이를 태워주겠다고 하자 따라나섰다. 정씨는 자신의 집에 도착하자 태도를 바꿔 그를 위협했다. 정씨는 보름 동안 ㄱ씨를 감금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위협해 16차례나 성폭행했다. 정씨는 자신의 아들이 지적장애 3급임에도 오히려 이를 범죄에 악용했다. 아들의 사례에 비춰 피해여성이 조금만 겁을 줘도 항거 불능에 이른다는 것과 매월 장애수급비가 지원된다는 점을 노렸다. 정씨는 ㄱ씨가 받고 있는 장애수급비를 가로채기 위해 인터넷뱅킹에 신규 가입시켜 5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9일 정씨를 구속했다.
전북지역의 한 복지시설에선 2007년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복지시설 운영자인 목회자가 지적장애 여성을 15년간 성폭행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자궁적출수술까지 받게 한 사실이 장애인단체의 조사로 밝혀졌다. 결국 시설은 폐쇄되고 가해자인 목회자는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원장을 맡고 있는 부인은 횡령 혐의로 징역 10월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영화 <숨>으로 만들어져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는 2008년 외딴 시골마을에서 장애인 모녀가 동네 어른과 청소년 등 여러 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이른바 ‘은지(가명)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11살인 은지는 아버지 없이 지적장애 3급인 엄마와 남동생(9)과 함께 같은 마을에 사는 친척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성폭행 사건은 친척이 2008년 1월 포항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성폭행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은지의 어머니도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은지 어머니를 성폭행한 혐의로 버스 기사 1명을 검거했다. 그는 2009년 5월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영화 <도가니> 같은 사건은 광주 인화학교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제2, 제3의 <도가니>가 너무나 많다. 장애인보호시설 또는 사회복지시설 관계자의 지속적인 장애인 성폭행이 적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영화 <도가니>의 줄거리 역시 현실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 성폭력의 일상화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전국의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장애인 성폭행 사건은 2007년 888건, 2008년 1177건, 2009년 2379건, 2010년 1349건이었다. 하루 평균 3.7~6.5건의 장애인 성폭행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돌림, 성폭행, 학대 등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사건도 2008년 81건, 2009년 114건, 2010년 172건으로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실제 일어나는 사건은 상담건수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며 “장애아동의 경우 성폭행을 당해도 피해 구제를 빨리 포기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 규모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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