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여성 법의 사각지대
2)족벌경영 부패의 악순환
3) 치료 및 재활 시설의 부족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장애 여성들이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성폭력을 당해도 이를 막을 만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마땅히 치료받고 고통을 치유할 만한 곳도 없어 지속적인 성범죄에 노출된다.
장애인 가운데서도 지적장애 여성들이 가장 많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장애인 435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적장애 여성의 신체적 성폭력 피해율이 17%로 가장 높았다. 특히 강간과 강간미수 등 피해율은 17.7%로 외부 신체기능장애 여성의 성폭력 피해율인 6.7%보다 2.6배나 높았다.
지적장애인의 정신연령은 보통 7~11세에 머물러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성폭력 가해자의 강압적인 행동이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적장애 여성은 취업 등의 사회생활 기회가 거의 없다. 주변인이 친분관계를 악용해 성폭력을 가해도 성폭력인지 모르거나(25%), 성폭력이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37%). 주변에서 신고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장애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치유하기가 힘들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 여성들이 치료를 받으며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여성장애인 전용 쉼터’는 전국적으로 4곳에 불과하다. 성폭행 신고부터 상담, 치료 등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센터’도 전국에 15곳이 있지만 장애 여성을 위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감시기능도 미미하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법인 이사회가 공익이사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친인척·족벌경영·부정부패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외부 감독기능은 차단돼 있다. 2007년 복지재단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익이사 도입 등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한나라당과 종교단체 등의 반발로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장애 여성은 법 앞에서도 약자다. 광주 인화학교의 경우 성폭행 주범이던 교장과 가해자들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행 교사는 복직했다. 지난 2월에는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고등학생 16명에게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 송치 판결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사법부가 비장애·남성 중심 시각으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장애 아동·청소년 성폭행은 비(非)친고죄로 바뀌었다. 하지만 장애 정도가 낮은 성인 여성들의 경우엔 ‘항거불능 상태’를 입증하는 부분 때문에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다. 공익법인 공감의 차혜령 변호사(37)는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다른 범죄와 차별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항거불능이나 공소시효 문제 등은 삭제하거나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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