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낳은 '맹부삼천지교'

사회·문화 / 배정전 / 2011-10-05 12:42:55
올 생리의학상 수상자들, 과학자 부친 보며 꿈 키워

노벨상.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중국의 사상가 맹자(孟子)를 있게 한 힘이 어머니였다면(맹모삼천지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뒤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줬고,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은 훗날 이들이 노벨상을 받는 데 밑거름이 됐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들로부터 받은 영감이 두 명의 과학자들로 하여금 면역체계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받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AFP통신이 3일 전했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 교육의 힘’이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준 셈이다.

3일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쥘 호프만(70)은 이날 AFP통신에 보낸 자신의 이력을 통해 “고교 과학교사였던 아버지는 곤충을 채집해 그 생태를 연구했다”며 “내가 현장에서 수많은 연구를 하는 동안 다양하고 중요한 동물들을 내게 보내주었다”고 말했다. 호프만은 “농촌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쉬는 날이면 곤충을 채집하고 분류했다”고 회상했다.

10대 시절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호프만이 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고민 끝에 고교교사가 돼 생물학을 공부하기로 했다”며 “결국 나는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호프만은 그러나 아버지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연구소장에 올랐고, 1996년 초파리 실험을 통해 면역체계를 연구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노벨상을 받게 됐다.

호프만의 미국인 동료 브루스 보이틀러(53) 역시 어려서 물리학자인 아버지를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

“6~7살 때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보이틀러는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는 보이틀러가 14살이 되자 자신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는 “아버지는 나에겐 언제나 위대한 스승이었다”며 “어린시절 생물학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에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답을 해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문에 대한 비범한 열정으로 그런 아버지의 사랑에 화답했다. 중·고교 시절 몇 단계씩 ‘월반’을 해 18살 때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샌디에이고를 졸업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시카고 메디컬스쿨에 가도록 권유했으며, 아들은 “아버지가 훌륭한 조언을 해줬다”며 감사해했다.

보이틀러는 1996년 쥐를 이용해 ‘톨’이라고 부르는 특정 유전자가 박테리아와 세균에 대항하는 면역체계를, 1998년에는 포유류가 세균의 침입을 감지해 어떻게 염증이 시작하는지를 밝혀낸 리포다당류수용체(LPS)를 발견하는 업적을 남겼다.

AFP통신은 “그들은 모두 과학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아버지들이 이끈 ‘활기찬 토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