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 독해진' 시사풍자 개그의 이유있는 인기몰이

사회일반 / 박대웅 / 2011-10-14 09:05:02
재점화 되는 '공감 개그' 열풍, 사회·정치 변화의 기대심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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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뽑히던 시절. '거지' '대머리' '순자' 등의 용어는 방송에서 쓸 수 없는 금지 단어였다. 때문에 "잘될 턱이 있나" "지구를 떠나거라" 등의 유행어들은 답답한 시대 상황 속에 청량음료 같은 시원함을 제공했다. 그후 시사풍자 개그는 유력정치인의 성대모사에서부터 꽁트형식까지 다양한 형태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점차 정치·풍자 코미디의 아성은 토크쇼와 리얼버라이어티 등에 밀려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했다. 좋게 보면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사회적 다양성의 증가로 정치 지향적인 대중의 성향이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례적으로 그만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한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불안정성과 사회안전판의 부재, 관료제의 폐해와 경직성 등이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스마트폰, SNS 등 IT 인프라의 확충 등의 새로운 환경은 현실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게하는 길을 열었다. 여기에 정권말이라는 시기적 특성까지 더해져 시사풍자 개그는 현재 더욱 독해진 모습으로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민주당), 주진우 '시사IN' 기자, 라디오PD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진행하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있다. 지난 4월말 시작한 '나꼼수'는 거침없는 입담과 노골적 편파 방송으로 '국내 유일 가카 헌정방송'이라는 부제를 비꼬며 열성팬을 확보했다. 그 결과 '나꼼수'는 애플 팟캐스트 프로그램 다운로드 정치부문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나꼼수'가 IT환경에 기반을 둔 '사파'라면 최근의 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故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이나 최양락의 '네로 25시' 등을 연상케하는 '정통파' 시사풍자 코미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개콘 내 '사마귀 유치원'과 '비상대책위원회'는 풍자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냄과 동시에 후련함과 함께 왠지 모를 서글픈 느낌으로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재점화되는 시사풍자 코미디의 인기를 바라보며 '나꼼수'와 '개콘'이 다루고 있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주요 이슈들이 '공감 개그' 형태로만 소비되고 끝나 버렸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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