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루니도 아르샤빈처럼 될 수 있을까?

축구 / 심재희 / 2011-10-17 07:43:28
유로 2012 본선 3경기 출장정지, 잉글랜드 대표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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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UEFA에 편지까지 보내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간판골잡이 웨인 루니는 유로 2012 본선 조별예선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루니는 최근 벌어진 유로 2012 예선 몬테네그로와의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다. 상대에게 '로킥'을 선사하면서 레드 카드를 받고 말았다. 최근 잠잠해졌나 싶었더니 '지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악동' 루니의 거친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독일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급소를 공격해 퇴장을 받으며 잉글랜드 탈락의 원흉이 됐다. 지난 시즌 리그 경기에서는 카메라에 욕설을 해 출전정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루니의 대표팀 징크스와 얽혀 있다. 루니는 유로 2004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잉글랜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카르발류 급소 공격 사건'을 일으켰고, 유로 2008에서는 잉글랜드의 예선 탈락으로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도 16강전까지 4경기 무득점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메이저대회 징크스'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루니는 요근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보여주는 폭발적인 모습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전 두 시즌 동안 맨유에서 50골을 터뜨렸지만, 최근 2년 동안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16경기에서 나서 3골에 머물렀다. 대표팀에만 오면 득점포가 터지지 않으니 루니의 꾹 누르고 있던 '악동 기질'이 폭발했는지도 모른다.

에이스를 잃은 잉글랜드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로 2012 본선에 루니를 데려갈 수도 안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1경기 출전정지 정도였다면 모르겠지만, 조별예선 3경기를 통째로 빠져야 한다. 잉글랜드가 조별예선에서 탈락한다면, 루니를 데려가 써 보지도 못하고 귀국해야 한다.

현재까지 카펠로 감독은 그래도 루니를 데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카펠로 감독의 머릿속에는 유로 2008의 샛별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떠오름직 하다. 루니도 아르샤빈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 것이다.

아르샤빈은 당시 예선에서 폭력적인 플레이로 퇴장을 당하면서 징계로 본선 2경기에 뛸 수 없었다. 러시아는 디펜딩챔피언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 스웨덴과 한조에 편성되어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적함대' 스페인과 '노란 바이킹' 스웨덴의 8강행을 점쳤다.

러시아는 첫 경기에서 스페인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1-4 대패를 당했다. 2차전에서는 그리스를 잡고 기사회생했다. 스웨덴과 만나는 운명의 3차전. 징계에서 벗어난 아르샤빈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후반 초반 쐐기골을 터뜨리면서 스웨덴을 격침시켰다. 아르샤빈의 놀라운 활약은 8강전에서도 이어졌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러시아의 3-1 승리. 아르샤빈은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히딩크 감독은 '4강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히딩크 감독은 단 1경기밖에 뛰지 못 할 수도 있는 아르샤빈을 본선에 데려갔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예견하며 스쿼드 가운데 한 자리를 아르샤빈을 위해 투자했다. 그리고 그 투자는 대박을 터뜨렸다.

카펠로 감독의 모험은 히딩크 감독의 그것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과연, 루니도 아르샤빈처럼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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