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 정상회담, '빵'보다 '자존심'이 먼저다

외교·안보 / 박대웅 / 2011-10-19 14:37:37
과거사 청산 없는 한일관계는 '사상누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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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9일 오전.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났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총리 취임 후 첫 공식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노다 총리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논의를 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노다 총리의 이번 방한으로 그동안 삐걱대온 양국 외교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결론부터 말해 노다 총리의 방한으로 양국관계가 큰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 노다 총리의 주된 방한 목적은 '경제'다. 최근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그간 한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과 FTA 추진을 노렸던 일본으로서는 다급해졌다.

대두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 등을 더욱 진척시키기 위해서도 한·일간의 경제관계 강화는 필수적이다. 노다 총리는 이번 방한에 맞춰 직접 조선왕실 도서를 들고와 반환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과 '셔틀외교' 복원을 줄기차게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간 교류가 지금처럼 교착상태에 빠져든 것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도발적 태도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셔틀외교' 역시 과거사 파문 이후 실무 차원의 정례회담이 중단된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협의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일본은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한·일 양국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루기 위한 기초공사를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찬성하고 재일동포 지방참정권을 반대하며 위안부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식의 노다 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 정조회장 등의 태도는 일본 우파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래서야 진정한 한·일관계 구축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일본은 당장의 경제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출구로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런 얄팍한 수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과거사 청산없는 한·일 관계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일본과의 교역을 통해 얻게될 경제적 이득이 우리의 자존심보다 소중한지 정부는 신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빵'보다 '자존심'회복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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