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박희수(28)가 포스트시즌에서 비룡군단 불펜의 핵으로 활약하며 신데렐라의 면모를 아낌없이 뽐내고 있다.
박희수는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SK가 1-0으로 앞선 7회초 선발 송은범의 뒤를 이어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박희수는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어느 때보다도 배짱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중심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006년 SK에 입단한 박희수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14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39경기에서 4승 2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거둔 박희수는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박희수에게 '가을잔치'는 처음이었다. 첫 경험임에도 "긴장되지는 않는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박희수는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던졌고, 단 1점만을 내주며 호투해 SK '불펜의 핵'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박희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4-4로 맞선 6회말 1사 1루 상황에 등판한 박희수는 1⅓이닝 동안 1실점하며 롯데에 추격의 빌미를 내줬다.
박희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욕심이 생긴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차전에서의 등판이 약이 된 것일까. 박희수는 이날은 배짱투를 선보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SK가 살얼음판 같은 1점차 리드를 지키고 결국 3-0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 송은범의 호투도 있었지만 박희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7회초 선발 송은범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는 조성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문규현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제 모습을 되찾았다. 김주찬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낸 박희수는 1, 2차전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뽐낸 손아섭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8회에는 박희수의 배짱이 특히 빛났다.
박희수는 전준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또 다시 선두타자의 출루를 허용했다. 뒤에 이대호, 홍성흔 등 중심타선이 버티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대호에게 강한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릴 수도 있었지만 이만수(53) 감독대행은 그대로 박희수로 밀어붙였다.
박희수가 이대호를 상대하고 있던 도중 롯데 양승호 감독은 박희수의 투구 동작을 놓고 심판에게 어필했다.
양 감독에 어필에도 불구하고 박희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대호에게 헛스윙을 유도한 뒤 볼만 3개를 던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박희수는 5구째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으며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거의 한복판에 투심을 던져 이대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홍성흔을 맞이한 박희수는 볼카운트 1-2에서 헛스윙을 유도한 뒤 볼을 던져 또 다시 풀카운트 상황을 맞았다. 박희수는 흔들리지 않고 또 다시 투심을 던졌다. 홍성흔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돌아갔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대호 타석에 정대현을 쓰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박희수가 불펜진 중에 가장 좋다. 그대로 이대호와 승부하게 하려고 했다"라며 "박희수의 볼이라면 칠 타자는 없다"라고 강한 믿음을 보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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