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아마르 카다피가 최후를 맞이함에 따라 새로운 리비아를 이끌 인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리비아의 분열된 세력을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만큼 이를 아우를만한 지도자가 출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는 카다피 축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뭉쳤던 과도정부군 내에서 서로를 겨냥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정부군 후삼 나자이르는 "NTC 내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리비아인 모두가 트리폴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통합을 이끌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앞서 발생한 반군국가위원회(NTC) 내부의 권력 다툼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개월 동안 반군은 카다피 세력과의 힘든 전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NTC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네스가 내부 반대 세력에 의해 살해된 후 수 차례 반군 간 충돌이 발생했다.
당시 유네스 사령관의 죽음은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 불거진 반군 내 균열이었다.
이에 국제사회는 리비아의 통합을 이끌 인물 탐색에 주목하고 있다. NTC가 카다피 이후 시기 고조된 혼란을 잠재우고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군 내에서 가장 적절한 지도자를 꼽자면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이다.
앞서 리비아 법무장관을 지낸 잘릴 대표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문서에서 '공정한 테크노크라트'라고 묘사돼 있다. 테크노크라트는 유능한 과학기술 전문가를 뜻한다.
잘릴 대표는 리비아 형사법 개혁을 이뤄낸 것과 관련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카다피군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폭력 진압을 감행하자 법무장관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을 원하는 일부 반군 세력은 잘릴 대표를 쉽게 인정할 리가 없다.
마흐무드 지브릴 NTC 총리도 지도자 후보선상에 올라와 있다. 그는 NTC 총리이자 특사로서 외국 인사들과 많은 접촉을 해왔다.
이 밖에도 알리 타로니 NTC 재무장관도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교수 출신이자 반군 진영의 경제, 재무, 석유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서쪽 지역의 반군 세력은 "우리가 정부군과의 싸움에서 벵가지에 소재하고 있는 NTC보다 많은 힘을 소진했다"며 "새 정부가 구성되면 우리가 핵심 인사에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STRATFOR) 중동 책임자 캄란 보카리는 "문제는 리비아인 모두에게 존경받을 만한 반군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카리는 "리비아에 대한 논의는 매우 복잡하다"며 "반군에게 리비아 운영은 더욱 어렵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는 리비아가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이라크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최초로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수니파 무장세력은 최근까지도 각종 폭탄 공격을 감행하며 시아파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는 전후 재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불안정한 치안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해 미국에 미군 주둔 연장을 요청해야 할 지경까지 왔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민주 정권이 수립되고 민주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서방은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지원하고 반군은 그들이 생각해왔던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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