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력, 힘, 연비는 경쟁차보다 한 수 아래
다음 달 국내 판매 후 100여 개국 순차 출시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는 한국GM의 쉐보레 글로벌 첫 중형차인 말리부 시승회가 열렸다. 이달 초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된 그 차량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말리부는 북미에서는 1964년 데뷔 이래 7세대에 걸쳐 850만대 이상이 판매된 모델이다. 차 이름은 고급 주거지역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지역 명에서 따왔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은 2007년 7세대에 이은 8세대다. 7세대 말리부는 2008년 '북미 올해의 차' 선정을 비롯해 모두 40회 이상의 제품 관련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약 20만대가 판매되며 GM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며 쉐보레 시장점유율을 2%가량 끌어올렸다.
쉐보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다시피 한 8세대 말리부의 첫 인상은 근육질의 머슬카를 떠올리게 한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라인과 쉐보레 보타이는 패밀리룩 느낌이다. 후면부는 카마로의 헤드램프를 떠올리게 해 특유의 남성미가 느껴졌다.
차체는 전장 4865㎜, 전고 1465㎜, 전폭, 1855㎜로 중형차 이상의 안정적이고 볼륨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다.
시승 출발지점인 창원 중앙역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말리부 천지다. 시승차는 2.0 가솔린 모델 최고급 트림인 LTZ. 2.0 DOHC 에코텍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최대 출력은 141마력(6200rpm), 최대 토크 18.8㎏·m(4600rpm), 공인연비는 12.4㎞/ℓ, 공차중량은 1530㎏이다.
운전석에 앉아 차문을 닫고 처음 느낀 것은 잡음이 전혀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카몬 한국GM 사장이 "말리부를 타면서 들리는 것은 아예 없다"고 한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뒷 유리를 포함해 모두 5㎜짜리 유리를 사용했다. 흡음재나 차음재도 많이 사용했다. 소음 저감형 사이드 미러 디자인까지 실내 정숙성에 신경 썼다는 말이다.
기어박스나 센터페시아, 계기판, 도어트림 등은 메탈과 크롬 소재로 마감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이스블루 무드 조명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몸을 감싸는 버킷 시트를 사용해 스포츠카 느낌을 살렸다. 기본 탑재된 12가지 방향으로 조절되는 파워시트와 하이패스 자동요금 징수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옵션), 545ℓ의 트렁크 등은 옵션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해 한국GM이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쓰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트렁크를 지나치게 크게 키워 중형차지만 뒷좌석이 좁아보였다.
시승코스는 창원 중앙역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일반도로와 고속도로가 뒤섞인 67㎞구간이다. 대략 2시간30분가량 달렸는데 패밀리 세단을 표방한 말리부를 시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광안대교를 포함한 부산 해운데 시승구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계적 여름 휴양소 말리부 해변과 걸맞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자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이 들었다. 말리부의 강점을 꼽는다면 단연 핸들링이다. 코너에서 약간의 언더스티어(앞바퀴가 미끄러지는 현상)가 있지만 운전자가 이끄는 방향대로 잘 따라온다. 고속주행과 브레이크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한국GM에서 역사상 가장 적은 공기 저항계수를 달성했다고 강조해 시속 120㎞/h를 넘기고 창문을 열어봤다. 운전석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매우 적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속력이다. 초기에 가속페달을 밟아도 미국차 특유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중반 이후 가속은 부드럽지만 이전 모델인 토스카보다 출력과 마력 모두 떨어진다.
이유는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가 발현되는 순간을 늦춰놨기 때문. 최대출력(141마력)은 6200rpm에서, 최대 토크(18.8㎏·m)는 4600rpm이 정점이다. 반응이 늦고, 힘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낮아진 출력도 문제지만 미국차의 고질병인 연비(2.0 12.4㎞/ℓ, 2.4 11.8㎞/ℓ)도 12.8㎞/ℓ~13.8㎞/ℓ 수준인 타사 모델보다 최고 2㎞/ℓ가량 뒤떨어진다. 그나마 위안은 타 중형차보다 약 100㎏이나 더 무겁기 때문에 이정도면 선방했다는 것이다. 타사 대비 비싸지 않은 차값도 마찬가지.
패밀리 세단인데다 아카몬 사장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타깃 연령층"이라고 했지만 가속을 즐기는 30~40대도 많아졌다. 연비 때문이라고 대신 말 하고 싶을 정도로 매번 한국GM의 파워트레인 세팅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50여 년간 북미시장에서 사랑받은 쉐보레 말리부가 미국차의 거친 맛을 버리고 부드러움을 입었다.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받기도 했다. 아직 시판 전이지만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한 8세대 말리부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차값은 2.0 가솔린(자동) ▲LS 2185만원 ▲LT 2516만원 ▲LTZ 2821만원, 2.4 가솔린(자동) ▲LTZ 3172 만원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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