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슬링 선수 영입비를 가로챈 감독이 검찰에 구속됐다. 전북도청에서 지급하는 영입비를 부풀려 따내 이중 25~30% 정도를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사례는 단순 사건으로 처리됐지만 최근 영입된 한 선수가 뉴시스에 밝힌 또 다른 종목에서의 영입비 갈취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레슬링뿐만 아니라 상당수 종목에서 감독들이 영입비를 중간에서 착복한다는 것이 이 선수의 주장이다.
한 현역 선수의 충격적인 폭로를 토대로 체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독들의 갈취 실태와 의혹을 3회에 걸쳐 파헤친다. <편집자주>
① '선수 영입비' 감독들이 꿀꺽
② 감독만 먹었나? 구조적인 로비-상납 의혹
③ 침묵 속 관행, 그들은 왜 입을 닫는가
"20년 넘게 운동만 했어요. 선수 그만둬도 지도자로 생활하거나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할 가능성이 크지요. 이 바닥에서 매장당할 각오가 아니라면 누구도 말하기 힘들 겁니다"
익명을 보장한 뒤에도 수 차례 끈질긴 설득 끝에야 기자를 만난 A씨는 최근 전북의 한 스포츠팀에 영입된 선수다. 그는 선수 생명에 위기를 느낄 정도로 기량이 떨어진 상태이다. 본인도 그렇게 인정하고, 주변 선수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선수 생활을 연명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팀이면 어디든지 가야할 처지다.
그는 팀을 옮기기 전 감독으로부터 "말 잘 듣고 시키는대로 하면 선수 생명 보장해주고, 연봉도 섭섭하지 않게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선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에 이적을 수락했고, 전북의 한 팀원으로 합류했다. 계약금은 1500만원, 연봉은 4000만원(실제 액수는 밝히지 않음)정도이다.
하지만 그의 통장에는 당초 약속했던 계약금보다 500만원이 더 많은 2000만원이 입금됐다. 그도 500만원이 더 입금된 이유를 알고 있었고, 함께 팀을 옮긴 선수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감독이 선수 영입을 이유로 계약금 일부를 부풀려 소속 팀에 보고한 후, 팀에서 계약금이 지급되면 이중 일부를 자신이 챙기는 것이다.
선수들은 통장에서 각각 500만원을 찾아 감독에게 전달했다. 감독은 선수 몇 명을 영입하면서 수 천만원의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저희 팀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선수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매일 속으로는 감독을 욕합니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쫓겨나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려면 참아야 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체육계의 현실입니다."
선수 영입비에서만 비리가 있는 것일까. A씨는 계약금 일부를 부풀려 가로채는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경기 때마다 팀으로 들어오는 각종 격려금과 포상금에도 정작 선수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선수들은 어디서 얼마가 들어오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포상금이 얼마 나왔는지 선수들은 잘 몰라요. 격려금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감독이 '야! 이번에 포상금 이만큼 나왔는데, 다른데 쓸 곳이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요."
최근 전북도청 레슬링 감독이 선수를 영입하면서 영입비를 가로챘다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은 감독과 불화가 심했던 한 선수가 팀을 떠난 후, 경찰에 제보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감독은 도청으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뒤 선수에게 1000만원만 주고 500만원을 가로챘다.
또 이 감독은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레슬링협회 등에서 받은 포상금 1200만원 가량을 선수들에게 주지 않고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선수 A씨가 폭로한 내용은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의 일부 사례일 뿐이다. 체육계에서는 입이 있어도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정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침묵의 카르텔'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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