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야당은 4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지연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는 일반적인 제도"라는 발언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외교통상부가 교묘하게 호도하는 홍보발언이 박 전 대표에게 잘못 홍보돼 이렇게 잘못 넘어 간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대권주자의 한사람이라면 일단 한미 FTA의 여러 문제들, ISD 등에 관해 좀 더 공부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양자간 투자협정(BIT) 속에 있는 ISD는 우리나라 법에 의해 투자허가나 인가를 받은 외국인 직접 투자에 따르는 것으로 어느 BIT에나 다 있는 것"이라며 "그 ISD를 FTA의 것으로 혼동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ISD 조항을 오케이하고, FTA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은 몸싸움의 전의를 선동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어떤 형태건 몸싸움을 하면 불출마하겠다던 한나라당 국회의원 22명은 왜 침묵하고 있느냐"며 "본질논란 못지 않게 박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침묵을 개탄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은 복사판 생각을 갖고 있는 데 대해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익을 포기하는 것인 독소조항을 제거하라는 국민과 야당을 주장을 외면한 채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됐을 때를 생각하면 끔찍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전 대표의 국익과, 야당과 국민의 국익은 따로따로인지 묻고 싶다"며 "(어제 발언은) 사실상 강행처리에 동그라미를 치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내내 날치기로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며 "속죄하는 심정으로 단 한 번이라도 진정 국익을 위하는 일 좀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차기 대선을 준비한다는 분이 국가 중대사인 FTA에 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일반적인 BIT상의 ISD는 투자자 보호의 범위가 대개 '설립 후 투자'인데 비해, 한·미FTA에서의 ISD는 투자자 보호의 범위가 '설립 전 투자'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FTA의 ISD는 '자동 동의 조항'에 의해 미국 기업이 걸면 우리 정부는 무조건 걸릴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다"며 "미국 기업에 이러한 강제중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ISD는 일반적 제도가 아닌 우리나라의 입법권과 사법 주권을 무력화시키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며 "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ISD가 '계약의 표준약관'이라 주장하는 박 전 대표에게 실망과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박 전 대표의 FTA에 대한 무지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최대 국정현안인 FTA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박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이 겨우 이정도냐"고 박 전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피제소 국가 동의 없이, 외국의 기업이나 투자자가 독단적으로 해당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ISD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FTA시대에 출현한 독소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ISD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 많은 국가들에서 그 폐기를 논의하고 있으며, 같은 이유에서 올해 호주 정부가 ISD를 배제하겠다는 신통상정책을 발표했다"며 "주권국가의 공공정책을 훼손하는 ISD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제적 표준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박 전 대표는 김종훈 통합교섭본부장 등 통상관료들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책임있는 정치인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최근 대권을 염두에 두고 각종 복지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ISD는 이러한 복지정책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표가 강행처리를 주문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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