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들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권한은 있는데 책임은 지지 않는 형국이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43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35개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이사는 418명으로 전체 4913명의 8.5%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사로 등재한 총수 142명(2.9%), 이사로 등재한 총수의 친족은 276명(5.6%)으로 집계됐다. 상장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비율(11.3%)이 비상장사(7.4%)보다 높았다.
기업별로는 삼성(0.31%), LG(2.06%), 대하전선(2.30%) 등 순으로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낮았다. 반면 세아(28.75%), 부영(25.53%), 한진(20.00%) 등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높았다.
특히 삼성·현대중공업·두산·신세계·대림 등 6개 대기업 총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기이사를 단 한 곳도 맡지 않아 "총수들이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제기됐다. 삼성그룹은 전체 327개 이사직 중 총수일가는 올해 2월 호텔신라의 대표이사 사장이 된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씨가 유일하다. 공정위는 "총수일가는 주로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대부분 상장사)나 가족기업 형태에 가까운 비상장회사에 이사로 등재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배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은 43개 대기업 집단에서 47.5%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집단의 사외이사 비율은 47.0%로 총수가 없는 집단(51.8%)보다 낮았다. 또 총수가 있는 집단 사외이사 참석율은 87.2%로 총수가 없는 집단의 사외이사 출석률 95.2%보다 크게 낮았다.
트히 시가 총액 상위 100개사 중 대기업 집단 소속 79개 회사의 지난해 이사회 운영결과 상정안건 2020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단 1건(0.05%)였다. 공정위는 "높은 사외이사 비중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의 경영을 효과적으로 감시, 견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수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소수주주 관련제도의 도입실적도 저조했다. 집중투표제(2인 이상 이사의 선임에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218개 중 8개사(3.7%)에 불과했다. 또 서면투표제(주주가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투표용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는 25개사(11.5%)며, 전자투표제(주주가 총회에 참여하지 않고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 행사하는 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